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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잘비다

검하객 2019. 6. 10. 23:14

 

 <금강경삼가해>는 구마라십이 번역한 <금강반야바라밀경(마하반야바라밀경)>에, 冶父가 颂을, 章鏡이 提綱을, 己和가 說誼를 단 책이다. 1482년에 내수사에서 한글로 번역하여 출간하였다. 원전의 내용도 내요이지만 15세기의 국어를 알고 싶어 가끔 들춰본다. 앞에 기화가 지은 해제 격의 글이 실려있는데 다음은 그중 일부이다. 

 

  夫大雄氏之演說般若ᄂᆞᆫ 凡四處十六會시나 經二十一載ᄒᆞ샤 說半千餘部ᄒᆞ시니라 於諸部中獨此一部ᄅᆞᆯ 冠以金剛ᄒᆞ샤 以爲ᄂᆞᆫ 此之一部以約該博 ᄒᆞ고 金剛一廣含諸義故以爲ᄒᆞ시니라.

 

  이 부분의 번역은 이러하다. (편의상 띄어쓰기, 한글로 옮기면 고어 재생)

 

  ᅀᅳ믈 ᄒᆞᆫ ᄒᆡᄅᆞᆯ 디내샤 천 나ᄆᆞᆫ 뽕ᄅᆞᆯ 니ᄅᆞ시나라 여러 듕에 오직 이 ᄒᆞᆫ 뽕ᄅᆞᆯ 강ᄋᆞ로 ᄭᅵ샤ᄡᅥ 가ᄌᆞᆯ비 샤ᄆᆞᆫ 이 ᄒᆞᆫ 쟈고ᄆᆞ로ᄡᅥ서 너부매 ᄀᆞᆺ고 강이라 ᄒᆞ샤 ᄒᆞᆫ 가ᄌᆞᆯ비샤미 여러 ᄠᅳ들 너비 가졧논 젼ᄎᆞ로ᄡᅥ 가ᄌᆞᆯ뵤ᄆᆞᆯ 사ᄆᆞ시니라.

 

  이중 세 차례나 쓰인 '喩' 자를 어떻게 번역했는지 궁금하여 하나하나 손으로 짚어가며 읽었다. 세 번 모두 '가잘비'로 번역한 것을 알 수 있다. 확인해보니 '가잘비다'는 비유하다, 비교하다라는 뜻의 고어란다. 가잘비다, 가잘비다, 입속에서 여러 번 이 낯선 단어를 굴려보았다. 어디서 온 말일까? "가잘벼서 말해볼까." "가잘벼서 이렇게 말한다네." "가잘비지 말고 곧게 말해봐." 일상에서는 이렇게 사용되었을까? 이런 건 언제 공부하지? 허욕이다 싶으면서도 자꾸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