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잡힌 채 영문도 모르고 맑은 눈을 뜨고 있는 닭을 보면서, 오늘은 이 놈으로 몸보신을 하자고 한다. 낚시에 걸려 나온 물고기를 쓰다듬으며 맛있겠다고 입만을 다시며, 날카로운 칼로 살아있는 녀석의 살을 저며낸다. 해감한다며 미꾸라지에 소금을 넣어 마구 빨아대고, 펄펄 끓는 해물탕에 넣은 낙지나 문어가 고통을 못이겨 나오려고 하는 걸 보며 입맛을 다시고, 산 낙지를 토막 토막 자른 뒤 꿈틀거리는 걸 보며 낄낄거린다. TV만 틀면 언제고 볼 수 있는 광경들이다. 사람들이 그런 방식으로 먹는 음식문화까지 뭐랄 생각은 없지만, 이걸 촬영하고 방송하면서 그 즘생들의 고통을 느끼기는커녕 희롱의 대상으로만 삼는다. 함께 생명을 나눈 존재로서, 그들의 희생시켜 생존하는 입장에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은연중 묵인하고 조장하며 즐기는 미꾸라지와 낙지에 대한 잔혹한 폭력이, 대기업과 조중동과 검찰과 일제가 저질렀던 저지르고 있는 폭력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이 사회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폭력들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TV를 보는 우리 안에는 자기도 모르게 잔인한 괴물이 자라고 있다. 채근담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낚시는 한가한 일이지만 생살의 자루를 쥔 것이고 釣水,逸事也,尚持生殺之柄
바둑은 청아한 놀이지만 전쟁의 마음이 꿈틀거린다 弈棋,清戲也,且動爭戰之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