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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검하객 2019. 10. 12. 23:11

 

  내가 대학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권력의 뿌리는 군에 있었다. 박정희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전두환과 노태우 모두 군 출신이다. 모두 쿠데타 주도자이다. 당시에는 군 출신이 국회와 중앙정보부, 공기업과 경찰, 심지어는 학교에도 두루 포진되어 있었다. 이들이 결탁하여 거대한 카르텔을 만들었고, 그것이 곧 권력의 구조였다. 1987년 민주화 항쟁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988년 2월 노태우가 취임했고, 곡절 끝에 전두환은 재판을 받고 백담사로 쫓겨갔다. 여전히 군 출신들은 권력 요직을 장악하고 있었지만 그 뿌리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문민정부를 기치로 내세운 김영삼이 1993년 대통령이 되었고, 집권 초기 하나회를 척결했다. 군이 정치를 좌우하던 시대가 종식된 것이다. 그 공백을 검찰이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대형 사건들을 처리하면서 그 권력이 아카시아숲처럼 팽창했다. 검사 출신들이 속속 국회로 들어가고, 대기업과 공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고, 대형 로펌으로 외곽을 만들었다. 본디 일제강점기에 조선인을 식민지배하는 조선인 고위관료 선발 제도에서 기원한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나날이 성장했다. 국회의원, 대기업 수사는 물론, 대통령까지 수사했다. 그들의 기준에 따라 죄가 결정되고 처벌이 시행되었다. 대역죄를 지었어도 그들이 아니라면 아닌 거고, 눈만 삐딱하게 떠도 중죄인을 만들 수 있었다. 그 시절 판검사는 출세의 상징이었고, 검사는 곧 권력을 의미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검사라고, 사람들은 25,6살 청년에게 영감님이라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렇게 30년이 지나는 사이, 그 조직은 흉칙한 괴물이 되었다. 원래도 흉칙한 괴물이었는데, 덩치는 산만해지고 얼굴은 더욱 일그러진 것이다. 어설프게 건드리면 내성만 키워줄 뿐이다. 의식 높은 국민들만이 이 괴물을,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는 온순한 동물로 만들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의 위대한 힘을 한 번 더 믿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