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일이 많아졌다. 6일은 실학박물관, 7일까지는 연구재단, 20일까지는 관동대, 여기에 BK21. 이 와중에 <남염부주지>도 노를 저어 나가야 한다. 처리할 일들을 열 몇 개씩 적어놓고 하나하나 지우던 시절이 있다. 돌이켜보니 지금까지의 삶이 달력 위 메모와 지우기의 반복이었다. 앞으로도 그러할까, 별반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무의미한 일이다. 그런데 무의미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면 무의미를 잊어버린다. 견디기 어려운 것은 무의미한 일을 정신없이 하는 것보다, 무의미의 관념에 빠지는 것이다. 하여 사람들은 무의미를 실천하면서 무의미를 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