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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불기(紅拂妓)와 규염객(虯髥客), 그리고 나귀

검하객 2019. 12. 8. 19:29


  <규염객전>은 당나라 말기의 도사 杜光庭(850~933)의 작품으로 전해진다. 이 기이한 이야기에는 역사 인물로 수나라 말기의 중신 楊素(544~606), 당나라 개국 공신 李靖(571~649), 劉文靜(568~619), 李世民(598~649 / 626~649 재위)이 등장한다. 허구의 인물로는 紅拂妓(장씨 집 맏이), 虯髥客, 道士가 등장한다. 홍불기는 양소를 모시는 시녀였는데, 이정을 한 번 보고는 비범한 인물임을 알고 몰래 그를 따라나선다. 두 사람은 추격을 피해 西京(시대 배경은 수나라의 江都로의 수도 이전을 준비하던 시기인데, 당시 서경이라 함은 西安인가?)에서 泰原으로 달아나는 도중 靈石의 한 객사에 머무는데, 규염객은 돌연 두 사람 앞에 나타난다. 규염객은 사람의 염통을 안주로 삼아 술을 마신다. 인사도 없이 누워 긴 머리를 빗는 홍불기를 바라보는 규염객을 보고 이정은 화가 치밀어 오르지만, 홍불기는 그가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알고 손짓으로 만류한다. 규염객은 이정의 소개를 통해 태원 사는 이세민을 한 번 보고는 크게 낙심한다. 하지만 의심이 남아있는지라, 모월 모일 汾陽橋의 주루로 이세민과 함께 찾아와줄 것을 당부한다. 그날 이세민을 본 도사는 천하의 주인은 정해졌다면, 규염객에게 다른 지역을 도모하라고 권한다. 이후 규염객은 자신이 준비한 것을 모두 이정에게 넘겨주고, 10년 뒤에 타방에서 큰 사건이 있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자신인 줄 알라고 한 뒤 떠난다. 과연 10년 뒤 남쪽 바다를 통해 대군이 부여국을 침공하여 그곳의 왕이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 이야기에서 주인공은 이름과 출신과 행적을 알 수 없는 홍불기와 규염객과 도사이며, 이것이 바로 역사에 대한 소설의 입장이다. 역사는 이세민과 이정과 유문정을 기록하지만, 그건 우연한 성공의 결과에 지나지 않으며, 세상에는 수많은 홍불기와 규염객과 도사들이 존재한다. 그들이 이름을 남기지 못했다고 하여, 의미가 없거나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인물들을 그림자로 보여주는 존재가 '나귀'이다. 규염객과 도사는 모두 나귀를 타고 다니는데, 초라해보이는 외모와 달리 바람처럼 빠르며, 양고기를 먹기까지 한다. 세상에 이름이 현저한 영웅호걸은 준마를 타지만, 이름이 드러나지 않은 異人奇客은 나귀를 탄다. 나귀, 나귀, 이 동물의 선하고 무심한 눈동자는 언제나 나를 응시한다. 


赤髯如虬, 乘蹇驴而来. 投革囊于炉前, 取枕欹卧, 看张梳头. 公怒甚.

食竟, 余肉乱切送驴前食之, 甚速.

言迄, 乘驴而去, 其行若飞, 回顾已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