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령산(上靈山) 별곡
- 검은 호숫가에서 부르는 이별 노래 -
형, 겨울 아침 검은 호수 가에서
이별의 노래를 불러봅니다
이곳은 여전히
해가 뜨고 바람 부는데
우리 없는 거기에도
새 울고 구름이 흘러갑니까
우리는 그제처럼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는데
삼도천 언덕에도
통창의 카페가 장사를 하고 있나요
배를 타거들랑 사공의 주머니에
짐짓 먼 데 보며
뱃삯을 두둑이 넣어주세요
T.O.P 스위트커피와 에세 秀(수)를 권할 거예요
슬픔에 잠기지 말고
눈 감고 커피와 담배를 한껏 음미하세요
환상 속 나라로 떠나는 여행자처럼
날씨가 나쁘지 않군요, 말을 거세요
안개가 짙어지고 사공이 눈짓을 하면
고개 숙여 물결을 내려 보세요
사랑했던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면서
그들의 행복을 빌어주세요
안개가 걷히면
미리 일어서 사공의 어깨를 만져주세요
포구에 내리면 먼저 담배를 사고
티라미수 파는 카페를 찾아보세요
형, 멀리 못 나갑니다
커피가 식으면 안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