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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의 서시, <공자의 생활난>

검하객 2020. 2. 18. 18:33

 

 

孔子生活難

 

 

꽃이 열매의 상부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作亂을 한다

 

나는 發散形象하였으나

그것은 作戰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事物과 사물의 生理

사물과 數量限度

사물의 愚妹와 사물의 明晰性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1945년에 씌어졌고, 1949년에 간행된 신시론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에 실렸다.

이 시에는 동무가 등장한다. ‘는 네 번 등장한다. 각각 구하다보다죽을 것이다의 주어이며, ‘叛亂性의 주체이다. 구문으로만 보면 의 강한 의지를 표명하는 형식이다.

1연에서 꽃과 함께 등장하는, 공존의 풍경 속 인물이다. 줄넘기는 고무줄 놀이일까, 아니면 운동일까? 장난이 아니라 作亂으로 표기하여 심각한 느낌을 준다. ‘동무는 나의 다짐, 결의와 신념을 들어주는 知己이다. ‘동무는 동일 인물로 보이기도 하며, 화자의 다른 자아로 볼 수도 있다.

1. 꽃과 열매는 목적과 수단, 또는 선후의 관계이다.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해 핀다.) 열매의 끝에 매달려 있는 (또는 흔적으로 남아있는) 꽃을 말한다. (* 오이를 상상하라.) 내가 꽃과 열매를 인지할 때, 너는 그냥 그 옆에 있는 인물이다. 세상의 보통 사람들로 보이기도 한다.

2. ‘發散形象의 주체는 당연히 꽃이다. 나는 꽃잎을 쫙 벌려 피어있는 꽃의 모양을 원한다. 열매의 상부에 피어있는 꽃은, 열매(목적, 생계)를 위해 봉사하느라 찌그러져있다. ‘作戰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행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열매를 고려하지 않는 그 자체를 위한 개화, 다시 말하면 실용과 생계를 고려하지 않는 미적 행위와 성취를 나는 추구하지만, 그건 군사 작전처럼 여러 위험 요소를 지닌다는 것이다.

3. 叛亂性은 주류 질서, 지배 권력, 관습과 통념을 받아들이지 않는 성질이다. ‘는 그런 성질을 지니고 있다. 이는 발산한 형상추구의 뿌리 성질이기도 하다. 이 반란성과 국수의 관련성은 매우 개인적인 연관이라 풀기가 쉽지 않다. (김수영과 국수의 관계) 국수는 준비와 섭취와 소화가 수월한 소박한 음식이다. 나는 그저 국수면 된다, 이런 정신을 반란성과 짝지울 수 있겠다.

4. 화자의 메시지가 명확하게 제시된다. 인식론에서 사물은 개체 물건들이 아니라, 인식되는 세계이다. 생리와 수량과 한도와 우매와 명석성은 그 세계의 다양한 속성들이다. ‘는 이제 이 세계를 똑바로 것이다. 어떤 허위의 관념, 오류의 우상에 현혹되지 않고, 그 실상과 이면과 바닥을 직시할 것이다.

5. 제목을 가져와야 한다. 공자는 취업난(물론 보통의 생계를 위한 취업은 아니었음)과 고독감에 시달리면서도, 시와 음악을 사랑했으며, 자신이 생각한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했다. (“興於詩 成於樂.” “朝聞道, 夕死, 可矣.” “不怨天, 不尤人, 知我者, 其惟天乎!” ) 공자가 생활난 속에서 자기 길을 갔던 것처럼, 나도 그런 시인의 길을 가다가 죽을 것임을 말했다.

 

이 시는 이렇게 간추릴 수 있다. “나는 발산한 형상을 구하고, 국수를 먹으며 사물을 바로 보다가, 죽을 것이다.” 이 발언은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다가, 나에게 주어지 길을 걸어가야겠다.”에 호응된다. 孔子生活難은 김수영의 序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