書冊 (1955)
덮어놓은 冊은 기도와 같은 것
이 책에는
神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된다
잠자는 책이여
누구를 향하여 앉아서도 아니 된다
누구를 향하여 열려서도 아니 된다
지구에 묻은 풀잎같이
나에게 묻은 서책의 熟練 -
순결과 오점이 모두 그의 상징이 되려 할 때
신이여
당신의 책을 당신이 여시오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
이 다음에 이 책을 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책에는 정보가 담겨 있는데, 책을 펼쳐 읽게 되면 이 정보는 누군가의 지식이 된다. 지식은 판단과 결정과 신념과 행동으로 이어지며, 이 일련의 행위는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덮어놓은 책은 그러한 실현에 대한 간절한 기도이다. “神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된다”는 신에게만 이 책을 열어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을 열어 읽는 사람, 그래서 사람과 세상을 바꿔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용감하게 세상을 바꾸는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神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