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잠자는 책의 기도,「書冊」(김수영, 1955)

검하객 2020. 3. 6. 11:28


 

書冊 (1955)

 

 

덮어놓은 은 기도와 같은 것

이 책에는

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된다

 

잠자는 책이여

누구를 향하여 앉아서도 아니 된다

누구를 향하여 열려서도 아니 된다

 

지구에 묻은 풀잎같이

나에게 묻은 서책의 熟練 -

순결과 오점이 모두 그의 상징이 되려 할 때

신이여

당신의 책을 당신이 여시오

 

잠자는 책은 이미 잊어버린 책

이 다음에 이 책을 여는 것은

내가 아닙니다

 

 책에는 정보가 담겨 있는데, 책을 펼쳐 읽게 되면 이 정보는 누군가의 지식이 된다. 지식은 판단과 결정과 신념과 행동으로 이어지며, 이 일련의 행위는 사람과 세상을 바꾼다. 덮어놓은 책은 그러한 실현에 대한 간절한 기도이다. “밖에는 아무도 손을 대어서는 아니 된다는 신에게만 이 책을 열어 읽을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뜻이 아니다. 이 책을 열어 읽는 사람, 그래서 사람과 세상을 바꿔달라는 간절한 기도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 용감하게 세상을 바꾸는 일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