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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의 서책

검하객 2020. 3. 12. 12:37


  부지런하지 못한 데다 총기도 흐려 직업에 비해 많은 책을 읽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내 정신을 깨워주고, 생각을 열어주며, 용기를 준 책들이 적지 않은데, 가장 나를 놀라게 한 책은 《고가연구》(1942년 초판)이다. 이 책의 내용은 향가 주석이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언급되는 한국어의 유년기와 청소년기 모습의 편린들을 자꾸 상상하게 된다. 이 책은 나를 고대 한국어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게 해주는 나룻배이다. 1987년 간 《증정 고가연구》와 같은 해 중간된 《여요전주》를 구입했다. 두 채의 빌딩을 가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