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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종사 선불장 주련

검하객 2020. 3. 21. 00:25

 

 그 풍경은 일품이나 길은 늘 아쉽다. 選佛場 앞면 다섯 기둥에 초의선사(1786~1866)의 시가 적혀 있다. "초의시고" 권 1에 실린 <水鍾寺次石屋和尙詩> 12수 중의 일부이다. 石屋은 원나라 때의 승려 淸珙(1275~1352)의 호이다. 1830년 겨울, 초의가 45세에 지은 시이다. 주련은 주련이되, 엄격한 의미에서 아귀가 맞는 對聯은 아니다. 그런데 이 시의 내용이 쉽게 풀리지 않는다.  

 

 寺下淸江江上烟

 峰巒如畵揷靑天 

 

 절 아래 맑은 강이 흐르고 강 위엔 안개가 자욱한데, 그림같은 묏부리들이 강물 속 하늘에 꺼꾸로 꽂혀있는 풍경을 표현한 것이다. 그런데 그 다음 

 

 有力雷公藏不得

 玄冥榻在殿中間 

 

 雷公은 악행을 징치하는 번개의 신이다. 藏不得은 백화의 어법으로, '감출 수가 없었다', '감추지 못했다'는 뜻이다. 힘 있음을 뇌공은 감추지 못해, 결국은 능력을 발휘했다는 말이다. 玄冥은 물, 북방, 겨울의 신이다. "현명의 걸상이 전각 사이에 있다."는 말인데, 이는 3행의 결과이다. 현명의 걸상을 전각 사이에 둔 주체는 뇌공인 셈이다. 水神이 앉는 곳을 번개가 만들어놓았다? 자연 그대로 만들어진 바위나 바위 위 의 형상(또는 샘물 관련)이 있었던 걸까?   

 

  이 시는 12수 중 세 번째이다. 의아한 건 마지막 구절이 다섯 번째 기둥에 적혀있고, 네 번째 기둥에는 '百花香動鷓鴣啼'가 적혀 있는데, 이는 같은 시의 제 8수 마지막 구절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