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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균의 엇박자

검하객 2020. 6. 17. 12:24

  그는 정말 반역을 도모했던 것으로 보인다. 차라리 그의 반역이 성공했더라면 훨씬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실패의 결정적 원인은 모든 걸 다 가지려 했던 게 아닐까? 그래도 야들야들하고 팔랑팔랑한 조선 문사들 중, 이만한 역류의 정신을 보인 사람이 있는 건 다행이다.  

 

  나는 시속의 기호를 위배한 자다. 시류가 기쁨을 즐기므로 나는 슬픔을 좋아하고, 세속사람들이 흔쾌해 하므로 나는 근심해 마지않는 것이다. 심지어 부귀와 영화에 있어서도 세상이 기뻐하는 바이지만, 나는 몸을 더럽히는 것인 양 여겨 내버리고, 오직 빈천하고 검약한 것을 본받아 이에 처하며, 반드시 일마다 어긋나고자 한다. 그래서 세상이 항상 가장 싫어하는 바를 택하고 보면 통곡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나는 그것으로써 내 집의 편액을 삼는 것이다.” (<통곡헌기>

 

 그대는 그대 법을 써야 하리라 君須用君法
 난 나대로 내 삶을 살아가리라
吾自達吾生 (<聞罷官作, 1607)

 

  "권모도 없고 아첨도 하지 못한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조금도 참지 못한다. 권문에 발을 들이면 발꿈치가 쑤셔댄다. 고관과 인사하면 몸이 뻣뻣해진다. 벼슬을 그만두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러지도 못한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통하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모두 보옥과 같은 사람들이다. 勢利로 사귄 벗은 헤어지지만 우린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들과 함께 나는 침식을 잊으니, 고관들이야 안중에도 없다. 겁날 것도 없다. 무거운 죄에 빠졌지만, 이들이 아니면 난 죽은 목숨이다." (「나를 비난하는 사람에게, 대힐자(對詰者))

 

 온 세상 모두 쫓아가는 걸     擧世之趨
 옹은 굳이 따르지 않고
        翁則不奔
 남들은 쓰다고 마다하는 걸
  人以爲苦
 옹만은 기꺼이 달가워 하네  
翁獨欣欣  (<성옹송(惺翁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