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讀小說後題 2

검하객 2020. 8. 6. 13:29

  소설은 그저 소소한 이야기이기에 소소하게 읽으면 소소함마저 남지 않는다. 소설의 성패는 방법에 달려 있다. 방법이란 구성과 어조이다. 무거운데 가벼운 게 있고, 가볍지만 무거운 게 있다. 얕은 데 깊은 게 있고, 깊어 보이나 얕은 것이 있다. 씹을수록 맛이 진해지는 게 있고, 두어 번 씹으면 단물이 빠지는 게 있다. 한 번 눈길에 밑바닥이 드러나는 게 있고, 두세 번의 감식을 요하는 것도 있다.

 

  <전쟁들 : 그늘 속 여인의 목선> (최윤)

 

  나는 군대 간 그를 면회하러 왔다. 탈영 사건으로 부대 가는 버스는 오지 않고, 나는 다방 앞에서 마른 나물 파는 여인을 본다. 그 여인의 목선은 초등학교 2,3학년 무렵 유일했던 친구 수현 엄마의 그것과 닮았다. 이로부터 두 세계가 병치된다.

  나는 그(군인, 친구나 애인이라는 단어로 규정하기 어렵다)의 변화가 어색하다. 해소되지 않는 이질감, 멀어진 거리감, 이 거리가 더 멀어질 것 같은 막막감에 사로잡혀있다. 다방에서 만난 긴 머리 여인은 이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그 질서에 동화된다. 난 아니다.

  수현 엄마는 김내과 병원의 부인이다. (월남전에서 큰돈을 번) 그는 수현이 뱃속에 있을 때 한 번 가출했다. 그로부터 집안에 감금되었고, 다소곳이 앉은 그녀의 목선이 기억에 남아있다. 그는 내가 2,3학년 때 다시 가출했고, 나는 수현과 헤어졌다.

  수현 엄마에게는 가출할 이유가 없다. 병사에게도 탈영할 만한 이유가 없다고 한다. 수현 엄마와 탈영병은 모두 안정된 질서의 세계에 속해 있다. 하지만 이들은 뛰쳐나갔다. 두 세계에서 수현 엄마와 '탈영병', 그리고 수현과 '그' (내가 면회온 군인)은 대응된다. 수현 엄마가 가출하며 나는 수현과 헤어졌다. 병사의 탈영은 나와 그의 이별을 암시, 예고하는 것이다.

 

  <눈 한 송이 녹는 동안> (한강)

 

  나의 이동과 탐색이 아닌, 누군가의 도래와 방문으로 시작되는, 그로 인한 만남을 골격으로 구성된 이야기다. 여기에는 나의 의지와 신념, 계획은 모두 배제되어 있다. 그는 나와 인연이 있지만, 평소 많이 생각하는 사람도 아니다. 이 만남은 의외와 無備의 상황이다. 그의 방문 또한 의도의 결과가 아니다. 그는 나를 만난 뒤에, 나를 만났음을 인지한다. 이들의 만남과 대화는 모두 주어진 것일 뿐이다.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흐르는 시간의 세계와 멈춘 시간의 세계, 시간 안과 바깥의 세계. 범박하게 보면  속도와 질이 다른 시간이 흐르는 두 세계를 다룬 이야기의 전통 속에 있지만, 그 안에서 새로운 미감과 질감을 만들어냈다. 이를 푸는 열쇠는 설화를 다루는 방식과 소재 선택 사이의 낯선 결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