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석장승 현지 조사차 나주 운흥사에 갔을 때, 가혹한 차세 때문에 백성들이 나무를 뽑아버려 없어진 차밭을 다시 일구는 이야기를, 이 절 주지에게서 들었다. 차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관심이 거기에 미치지 못해, 그저 흘려듣고 말았다. 요즘 제주를 새로 공부하면서 귤세가 궁금해졌고, 의문이 차세에까지 미쳐, 찾아보고 여기 담아둔다. (번역은 고전번역원)
손 한장(孫翰長)이 다시 화답하였기에 차운하여 보내다 孫翰長復和, 次韻寄之
동국이상국집 권 13
옛날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문장가들이 古今作者雲紛紛
초목을 품제(品題)하여 호탕한 기개 발휘했네 調戲草木騁豪氣
장구(章句)를 마탁하여 기이함을 자랑했는데 磨章琢句自謂奇
사람들의 읊조림은 취미 각각 다르구나 到人牙頰甘苦異
장원의 시 홀로 대중에서 뛰어났으니 壯元詩獨窮芳腴
아름다운 문장 뉘라서 찬탄하지 않으리 美如熊掌誰不嗜
임금님이 구중궁궐(九重宮闕)에 불러들여 玉皇召入蓬萊宮
은대의 요직(要職)에 등용하였네 揮毫吮墨銀臺裏
그대는 낙락한 천길 소나무라면 君材落落千丈松
불초한 이 몸은 칡덩굴 같으이 攀附如吾類縈虆
그대와 동료(同僚)가 아니므로 언급(言及)하였다.
우연히 유다의 시를 지었는데 率然著出孺茶詩
그대에게 전해짐을 어이 뜻했으리 豈意流傳到吾子
시를 보자 화계 놀이 홀연히 추억되구려 見之忽憶花溪遊
花溪는 차 산지인데, 그대가 晉陽에서 부기(簿記)를 맡아 볼 때 찾아가 보았으므로 화답한 시(詩)에 언급(言及)하였다.
옛일 생각하니 서럽게 눈물이 나네 懷舊悽然爲酸鼻
운봉의 독특한 향취 맡아보니 品此雲峯未嗅香
남방에서 마시던 맛 완연하구나 宛如南國曾嘗味
따라서 화계에서 차 따던 일 논하네 因論花溪採茶時
관에서 감독하여 老弱까지 징발하였네 官督家丁無老稚
험준한 산중에서 간신히 따 모아 瘴嶺千重眩手收
머나먼 서울에 등짐 져 날랐네 玉京萬里頳肩致
이는 백성의 애끊는 고혈(膏血)이니 此是蒼生膏與肉
수많은 사람의 피땀으로 바야흐로 이르렀네 臠割萬人方得至
한 편 한 구절이 모두 뜻 있으니 一篇一句皆寓意
시의 육의 이에 갖추었구나 詩之六義於此備
농서의 거사는 참으로 미치광이라 隴西居士眞狂客
한평생을 이미 술 나라에 붙였다오 此生已向糟丘寄
술 얼근하매 낮잠이 달콤하니 酒酣謀睡業已甘
어이 차 달여 부질없이 물 허비할쏜가 安用煎茶空費水
일천 가지 망가뜨려 한 모금 차 마련했으니 破却千枝供一啜
이 이치 생각한다면 참으로 어이없구려 細思此理眞害耳
그대 다른 날 간원에 들어가거든 知君異日到諫垣
내 시의 은밀한 뜻 부디 기억하게나 記我詩中微有旨
산림과 들판 불살라 차의 공납(貢納) 금지한다면 焚山燎野禁稅茶
남녘 백성들 편히 쉼이 이로부터 시작되리 唱作南民息肩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