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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벌레, 蠹(蟲, 魚)

검하객 2021. 4. 17. 10:55

  하얗고 작은 벌레가 나타났다. 찾아보니 좀벌레란다. 좀벌레는 책에 기생하며, 종이를 먹는 벌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가 온 몸이 하얗다. 그동안 글에서 무수히 읽었지만, 정작 그 실체를 찾아보려 했던 적이 없다. 좀벌레는 그 실체로서보다는, 평생 책을 읽었지만 별 보람을 얻지 못한 독서인의 자조로, 또는 세상을 해치는 관리들의 비유로 더 많이 사용되어 왔다. (蠹國, 蠹民, 大蠹, 巨蠹) 정여창은 자기 호를 一蠹라 했고, 한비는 세상을 좀먹는 해로운 인간을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고 五蠹라고 했다. 그런데 재밌는 게, 이 벌레는 그토록 작은데, 이를 지칭하는 한자는 무척이나 복잡하여 크다는 느낌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