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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氣氛)

검하객 2021. 5. 7. 12:20

기분이 어때? 기분 나빠! 기분 전환하려고. 

우리 일상 언어에서 '기분'은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고전번역원 DB 사례를 검색하면, 두 글자가 한 단어로 사용된 경우는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해도 지시 의미는 '날씨 상태'이다. 氣와 氛은 원래 대기의 흐름, 이에 따른 날씨를 가리키는 글자였다. 언제부터 그러한 '기분'이 사람의 심경을 가리키는 것으로 바뀐 것일까? 여기에 답변하기 위해서는 사례 분석이 필요하다. 다만 분명한 건, 날씨와 마음씨 사이에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이다. 미묘하고 복잡하며 자주 변화한다. 사람들은 바람이 불고, 어두워지고, 비가 내리고, 구름이 개이고, 안개가 자욱하며, 때론 폭풍이 몰아치는 날씨를 동원하여 마음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건 일종의 은유이다. 어느 시점부터 '날씨' 관련 의미는 사라지고, '마음씨' 관련 의미가 남게 된 것이다. 

날씨가 그런 것처럼, 마음씨도 때론 파악하기 어렵고, 제어에 애를 먹는다. 심한 경우에는 알 수 없는 마음의 날씨에 휩싸이기도 한다. 그럴 때 도덕이나 이성은 그런 광풍을 통제하기는커녕, 그 먹잇감이 되기도 한다. 에밀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에는, 사람의 마음에 이는 알 수 없는 거대한 움직임과 언덕에 늘 몰아치는 폭풍이 묘하게 합치, 전환, 조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