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幻景 1 - 꽃상여 행렬

검하객 2021. 8. 19. 10:20

  늦가을, 숲으로 가는 꽃상여 행렬이 들녁을 지나갑니다. 1만의 나비들이 만장이 되어, 앞장 서 날아갑니다. 염하지 않은, 하얀 모시옷을 입은 청년이 송판 위에 가지런히 누웠습니다. 관옥같은 얼굴에 미소의 흔적이 남았습니다. 상여 양 옆에는 레게머리 두 소녀가 셔플을 춥니다. 현란한 춤사위를 따라, 꽃상여도 전후 좌우로 리듬을 탑니다. 그때마다 시신의 손가락 끝에 힘이 들어갑니다. 뒤에는 풍악을 울리며 춤추는 사람들이 길게 이어집니다. 우클렐라를 뜯는 사람은 높은 모자를 썼고, 피들을 켜는 사람은 아니 염소는 하얀 수염이 깁니다.  장구를 맨 사람은 뒷걸음질을 칩니다. 구름 속으로 용이 사라지듯 행렬은 숲으로 다 들어가고, 그 끝에 한 청년만이 팽이처럼 돌며 무아의 황홀경에서 벗어나지를 못합니다. 모두가 지난 자리에 허수아비 하나가 먼 곳을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