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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조절

검하객 2021. 8. 25. 19:26

 경계(警戒)는 군사의 제일 요건이다. 경계가 무너지면 내부 질서가 흐트러지고, 그 틈으로 적이 침입한다. 

 경계는 인간관계에서도 제일 요건이다. 경계가 무너지면 거리가 사라지고, 거리가 사라지면 조심하지 않게 된다.

바로 그 지점에서 파탄이 시작된다. 

  영원한 합일이나 완벽한 조화는 순간에만, 또 주관에서만 가능하다. 이를 서정적 합일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환상의 경지를 추구하는 것이 바로 詩이다. 시적 환상인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 떨어지고 어그러지게 마련이다. 순간에 도취하면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건 보통 환멸과 파국으로 나타난다. 그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서사이다. 

   2018년 7월, 어떤 이유에서인지 '거리'라는 제목으로 이런 메모를 했다. "존중과 배려의 산물이자 공존과 평화의 조건!"

  작년과 올해 아래 아래 속담을 종종 인용하곤 했다. 

 

  "친밀성은 경멸을 낳고, 거리는 존중을 가져온다. Familiarity breeds contempt; distance brings respect."

 

  알고 있는 것과 실행하는 것은 다르다. 아니 실행하지 못하면 아는 게 아니다. 나는 일체감에 도취했고, 한 덩어리라고 착각했다. 거리를 놓쳤고, 배려와 존중을 놓았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서투르다, 아니 죽을 때까지 미숙할 것이다. 스스로 다독여주고 위로해주어도 된다. 나는 아주 왜소하고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