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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가는 이별

검하객 2021. 10. 22. 10:46

당신에게 가기 위해

나는 당신을 떠나갑니다

 

나는 부엉이가 되어 

폴란드 미주리의 작은 마을로 날아가

낡은 교회 종탑 위에 앉겠습니다

늦가을 그믐날 밤이 깊으면

호수 속을 굽어보면서

보드카를 마시겠습니다

 

나에게 오기 위해  

당신은 내게서 멀어집니다

 

당신은 한 마리 목어가 되어

네팔 마르파 사원의 벽화

속으로 들어갑니다

어느 봄날 유채꽃이 그리워지면

사과로 담근 마르파 브랜디로 입술을 적시며

설산의 오랜 민요를 불러봅니다

 

교회 종소리의 여운도 사라지고

사원의 승려들이 모두 잠들고 나면

목어는 보드카에 깊이 취하여 

벽화 밖 하늘을 날아다니고  

부엉이는 호수 속에서 

하얗게 눈 덮힌 산을 봅니다

 

우린 헤어지면서

서로에게 다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