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의미 있는 일은 곡물의 씨를 뿌리는 것과 나무를 심는 것 두 가지이다. 이것만이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일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무를 해치는 일과 곡물을 먹어치우는 일만 하고 산다. 하여 세상은 자꾸 황폐해진다. 살아가면서 또 의미 있는 일이 있다면, 사라진 존재를 떠올리는 것과 주변 사람들을 따스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이것만이 내 마음과 사회를 풍요롭게 가꿀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언제나 멀리 있는 존재를 찾아다니느라 여념이 없다. 이번 겨울은 특히 더 그렇다. 하여 내 마음과 삶에는 나무와 풀이 없고 새들이 날아오지 않는다. 어서 이 되도 않는 일들을 접어두고, 해가 뜨면 씨 뿌리며 나무를 심고 해 지면 사라진 것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세월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