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
자본주의 대 기후 (2014)
Naomi Klein, 이순희 옮김, 열린책들, 2021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위기가 닥쳤는데도 우리 문화는 위기의 원인이 되는 행위를 계속하며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 그러는 동안 새로운 반격에 나선 기후는 더욱 강력해진 자연재해로 지구 온난화의 주역인 화석 연료 산업에 적의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18)
기후 변화의 현실을 보고도, “경제를 고려하면 기후 변화보다 성장에 집중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부의 확보야말로 기상 이변의 충격을 견딜 수 있는 최선의 보호책이다.”라는 식의 터무니없는 합리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돈을 더 많이 벌어두면 도시가 물에 잠길 때도 큰 도움이 되리라는 입장이다. 이 역시 정책 입안자들이 일삼는 외면의 하나다. (19, 20)
누구나 알 듯이, 새로운 시대의 3대 정책 기조는 공공 부문의 민영화, 민영 부문의 규제 완화, 그리고 법인세 인하 및 공공 지출 삭감이다. 이 정책들을 유지할 때 발생하는 현실적인 문제, 예컨대 금융 시장의 불안정과 갑부들의 방종, 갈수록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저소득층의 절망적인 상황, 공공 기간 시설과 서비스의 노후화 문제 등은 많은 연구서들을 통해 다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심각한 위협으로 부상한 기후 변화 문제에 집단적으로 대응하려고 시도했던 바로 그 시점에 전성기에 도달한 시장 근본주의가 처음부터 기후 대응을 계획적으로 방해해 왔다는 사실을 다루는 연구서는 드물다.(41)
한편 시장 근본주의는 강력한 기후 행동을 봉쇄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기후 위기를 심화시켜 왔다. (42)
이제 기후 행동은 우리 경제 모델의 핵심을 이루는 근원적인 명제, 즉 성장 지상주의와 싸워야 한다. (43)
나는 기후 변화를 자본주의와 지구의 전쟁이라 말하지만, 이는 우리가 몰랐던 사실이 아니다. 이 전쟁은 벌써부터 진행되어 왔고, 지금 당장은 자본주의가 아주 쉽게 승리를 거두고 있다. 매번 경제 성장의 필요성을 내세워 기후 행동을 미루고 이미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깨뜨리면, 자본주의는 간단히 이긴디. 위험성 높은 석유와 가스 채취 산업에 아름다운 바다를 내주는 것만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유일한 방법이라고 그리스 사람들을 설득하면, 자본주의는 이긴다. 아름다운 보릴 숲을 뭉개고 앨버타 타르 샌드에서 반고체 상태의 역청을 채취해야만 그리스꼴이 안 날 거라고 캐나다 사람들을 설득하면, 자본주의는 이긴다. 대형 쇼핑몰을 유치하기 위해 이스탄불의 공원을 철거하자고 주장하면, 자본주의는 이긴다. 베이징에서 숨이 차 쌕쌕거리는 어린 자녀에게 귀여운 만화 주인공이 그려진 방진 마스크를 씌워 학교에 보내는 수고쯤은 당연히 감수해야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주장하면, 자본주의는 이긴다. 어차피 우리 앞에는 채취냐 내핍이냐, 오염이냐 가난이냐 하는 암울한 대안만 남아 있다고 자포자기할 때마다, 자본주의는 이긴다. (4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