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 1박 2일 부안 여행을 다녀왔다. 아침에 내소사 위 청련암에 올랐다. 눈 쌓인 길 위로 눈발이 흩날렸다. 눈은 암자 아래 대숲을 지날 때 절정에 달했다. 대나무들이 하얗게 눈을 이고 있었다. 우리는 흔치 않은 풍경 속의 등장인물들이 되었다. 내소, 곰소, 줄포 이름들의 유래가 분명치 않다. 기억을 잃어버린 것이다. 격포 또한 極浦라고도 썼으니 오늘날 표기인 格은 별 의미가 없다. 청련암 문미의 편액에는 "寺號靑蓮蓮孰採"로 시작하는 7율 한 수가 써있다. 그런데 누군가 그 옆의 작은, 상단 일부가 깨진 편액을 발견했다. 한참을 바라보았으나 판독되지 않는 글자도 있고, 깨져 나간 글자도 있어 뭔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 겨우 맨 앞의 東湄原韻이라는 글자만 기억하고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 저녁 내내 東湄를 찾았다. 辛東泳이란 분의 호로, 주로 부안에서 살았으며, 이 일대의 절집을 자주 찾아다녔다. 손자에 의해 1936년 東湄遺稿가 간행되었다. 내소사, 월명암에서 지은 시가 많으며 청련암에서 지은 시도 한 수 실려 있다. 청련암에 걸려 있는 깨진 편액의 시는 실려 있지 않아 아쉽다. 생몰년대도 분명치 않다. 아마 신석정 가문과 관련 있지 않을까?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원문 서비스를 하지만 4권 중 2권밖에 없어 전부 열람하지 못했다. 전북대학교 도서관에 완질이 있다. 한 사람을 알게 되었다. 이 또한 인연이다. 우선 복사 신청을 해두자. 인연이 무르익으면 차분히 대화할 날이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