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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기의 어려움

검하객 2022. 8. 11. 10:17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발표했으니, 결과야 어떻든 괜찮다 얘기해놓고 헤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애꿎은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열어본다. 재난 알림 문자 진동에 흠칫 놀라고, 톡 광고 울림에 심장이 내려앉는다. 아 이 바보! 이만한 일에,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쏟고, 지배받다니, 한심하다! 그런 나를 미워하고, 나를 미워하는 나를 또 미워한다. 내겐 미움 당하는 마음과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셈이다. 미워하는 마음은 미워하며 아프고, 미음 당하는 마음은 그 아파하는 마음 때문에 또 아프다.  무한 반복되는 증오와 연민의 굴레가 있다. 하여 달마가 혜가에게 말했다. "마음을 가져오너라, 너를 편케 하리라. 將心來, 與汝安." 혜가는 마음을 찾지 못했고, 달마는 이미 마음을 편케 했다고, 대화는 정갈하게 끝난다. 대화 끝에 다시 돌아서 면벽하는 달마와 의원을 찾아가는 혜가의 표정이 궁금하다. 아, 내려놓지 못하는 건, 我相, 我執 때문이다.  깊이 숨어 웅크리고 있는 과도한 자기 애착, 치(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