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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원유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검하객 2022. 8. 14. 18:10

Lulu Miller,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Why Fish Don,t Exist, 곰출판, 2021

 

  2/3쯤 읽은 뒤에야 이 책이 요즘 화제의 베스트셀러임을 알았다. 적이 의외다. 읽기가 썩 수월한 것도 아니고, 잔재미가 쏠쏠한 편도 아니다. 거기에 무척 성공한 것으로 알려진 어떤 학자의 허위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학자의 삶과 그 성과를 다루되 성공이 아닌 허위를 말하는 책에 한국 독자들이 이렇게도 뜨거운 반응을 보인단 말인가! 반갑기도 하고, 얼떨떨하기도 하다. 수준의 향상, 취향의 변화, 우리 사회 허위의 자각과 숨은 진실에 대한 관심? 그런 것이면 좋겠다.
  이 책은 물고기 분류학자 David Starr Jordan(1851~1931)의 인생을 추적한 전기이자, 자기 삶의 실상을 드러낸 엣세이이며, 꽤 많은 각주가 달려있는 연구서의 성격도 지닌다. 처음으로 우생학을 국가정책에 반영했던 미국의 역사를 파헤친 고발서이며, 인간 변화의 미묘한 요인을 세밀하게 검토한 심리서이다. 그러고 보니 이런 종합성, 입체성이 이 책의 미덕일 수도 있겠다. 작가인 Lulu Miller는 섬세하지만 매우 단호한 필치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밀러는 숨어있는 작은 것들에 마음을 주었던 데이비드가 열렬한 우생학 신봉자이자 실천자가 되어 엄청난 폭력을 행사하게 된 계기를 두 가지로 파악한다. 하나는 긍정적 착각을 훨씬 뛰어넘는 과도한 자기낙관성, 그리고 아가시에게서 영향받은 바 생명계층의 사다리론 - 모든 생명은 우열에 따라 하나의 계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 정점에 인간이 있다는, 인간 내에도 그런 계층이 있다는 생각이다.
 

 

  혼돈과 싸워 질서를 만들려고 했던, 절대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 물고기 분류학자 David Starr Jordan(1851~1931)의 전기 아닌 전기. 또는 그의 한 남자의 나날들The Days of a Man 독후감. 자연의 혼돈에 맞서 수집 · 분류 · 명명으로 질서를 만들려고 했던 어류학자 데이브드 스타 조넌의 인생과 학문 여정, 그 과정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방패로 삼았던 긍정적 착각으로서의 자기 기만, 그리고 젊은 시절 학습한 신성한 사다리 이론이 인간을 잔인하게 파괴하는 창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추적한 이야기. 객관을 가장하여 남을 이야기하지 않고, 보고 느끼고 의심하고 분노하고 돌아보고 분석하고 추적하는 를 노출시켜, ‘나와 그또는 그때와 이제가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구현한 형식. 필요에 따라 심리학 논문을 읽고, 스탠포드대학 기록 관리실의 자료를 살피는 탐구 정신의 발현. 때로는 감상에 젖고 때로는 과감하게 상상하는, 허구와 기실의 조합. 아님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는 애초 없다는 것을 형식으로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