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에서 춤추다"는 1989년에 간행된 르 귄의 산문집 제목이다. 이 구절은 <세계 만들기 world-making >(1981)란 글에 나온다. 이 구절은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이 불렀던 노래 구절로, 1910년대에 간행된 "캘리포니아 인디언 편람" (필자는 르 귄 아버지)에 남은 인디언들의 파편이다. 세상의 끝(구석, 모퉁이)이란 삶이 내몰린 벼랑을 의미하는 걸까? 아님 우리 삶이란 언제나 벼랑 끝에 있다는 뜻일까? 아님 세상을 폭력적으로 지배하거나 왜곡하는 권력에서 가장 먼 곳이라는 뜻일까? 아님 그저 바닷가 마을이라는 뜻일까? 앞뒤 구절이 생략되어 있어 유추에 한계가 있다. 춤을 춘다는 건, 그럼에도 우린 최선을 다해 삶을 누리고 즐기고 기려야 한다는 말일까? 탐닉하고 몰두하며 고양시켜야 한다는 말일까? 모닥불을 피워놓고 춤추는 인디언의 모습이 보이는 듯하다. 짧은 글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제가 태어나고 성장하고 너무나 사랑하는 여기, 나의 세계, 나의 캘리포니아는 아직도 만들어져야 해요. 새로운 세계를 만들려면 물론 오래된 세계로 시작해야죠. 세계를 하나 찾으려면, 잃어버린 세계가 있어야 하는지도 몰라요. 잃어야 하는지도 몰라요. 부활의 춤, 세계를 만드는 춤은 언제나 여기 세상 끝에서, 모든 것의 가장자리에서, 안개 낀 해안에서 추게 되어 있으니까요.
르 귄은 한 시대의 이야기꾼답게, 춤추는 행위를 세계를 만드는 일, 소설을 짓는 일로 받아들였다. 그러고보니 "하늘의 물레"의 장소 또한 미국 북서부 끝 해안 도시 포틀랜드이다. 우리는 모두 세상의 한 끝자락, 모퉁이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더 많은 힘을 행사해도, 결국 다 한 모퉁이일 뿐이다. 춤을 추는 건, 고통을 잊는 일이고, 시름을 달래는 일이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고, 영원을 맛보는 일이고, 한 세계를 지어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