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주와 인연이 깊다. 그의 묘로 소풍을 다녔고, 그의 행적을 되밟아 요양 - 여순, 등주 - 남경 길을 답사하고 논문을 발표했다. 난 그의 인품과 시를 좋아하며, 1년이면 대여섯 차례는 그의 무덤을 찾는다. 오늘 문득, 봉분의 둘레석과 거대한 상석은 과하고, 새로 세운 망주는 천박하며, 양 두 마리도 없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등도 치워야 한다. 정몽주야 그 이름 석 자와 행적만으로도 청사에 빛나거늘 덕지 덕지 분칠을 해놓을 이유가 무엇린가! 조잡한 석물들이 외려 빛을 가리고 있지 않은가! 아무래도 후손들이 자기 조상을 잘 모르고, 선양하는 방법도 모르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