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고개를 들어보면 앞에 날 기다리는 일들이 200m는 줄 서있다. 참 이거 저 놈들 다 처리하느라 인생 다 가겄다. 그제 저녁에는 아이들과 저녁 먹다, 술이나 한 잔 할까 하고 냉장고의 청하 뚜껑을 열었는데 15분만에 비웠다. 하나도 안 취한 듯, 술에 물을 탔나? 오늘도 저녁 밥상 앞에서, 밥맛 없으니 술이나 한잔 할까 하고 뒤져보니 보드카 밖에 없다. 가볍게 속사로 석 잔 스트레이트, 또한 안 취한다. 보드카 병에 든 맹물인가? 안 마셔도 취한 거 같고, 마셔도 멀쩡한 거 같고, 일 할 때도 아무 것도 안 하는 거 같고, 아무 일 안 하고 있어도 쉬는 느낌이 없고. 눈이 오든 말든 흥취도 없고 귀찮지도 않고. 설날이 낼모레인데, 오든 가든. 이상하게 요즘 잠이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