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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십리 별가

검하객 2023. 2. 25. 11:09

 길림성 舒蘭의 농촌에서 나고 자란, 흑룡강대학에서 조선어를 가르치는, 이용근 선생이 3년 여의 유학 생활을 마치고 하얼빈으로 돌아가기에, 아쉬움과 격려의 마음을 담아, 또 먼 옛날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노래 한 곡을 지어보았다. 

 

 

왕십리 別曲

- 송화강으로 돌아가는 형제를 보내며 -

 

그대는 어떤 현자의

이런 명제를 들은 적이 있는가

  나는 내가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사유하며,

  따라서 나는 내가 사유하지 않는 곳에 존재한다.

그대 돌아가는가

중랑천이 송화강을 품어 흐르고

황어(鰉魚)가 버드나무 아래서 산란을 하는

깊은 밤, 나는 술에 취하여

가도 가도 왕십리

왕십리를 거닐다 보면

먼 옛날 나를 보내며 슬퍼하던

자작나무와 이깔나무가 되고

멧돗 잡아 이별주를 권하던 어룬춘 마을의 족장이 되고

출정 앞둔 아구타(阿骨打)의 사신이 되고

탕왕현(湯旺懸) 어느 마을 쓰러진 초가가 되고

울바자 아래 얼굴 붉힌 봉선화 되고

남천문의 사연 많은 어머니가 되어

먼 옛날 우리가 함께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오는

그대를 맞이하리라

 

그대는 들어보았나

고전물리학의 우아한 중력 이론을

  우주에는 수많은 입자들이 있어,

  서로를 끌어당기며 영구히 운동한다.

해와 달도 알갱이요

지구도 알갱이라

해는 지구를 당겨 떠나지 못하게 하고

지구는 달을 끌어 주위를 돌게 만드니

뱀은 제 꼬리를 물어 원을 만들고

시간은 언제나 태초로 되돌아가는

영원 회귀의 신화는

중력의 물리학 법칙

나는 태초의 시점으로 되돌아가고

그대는 떠나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무한의 원운동 중

한 점에서 만났다가 멀어지나니

이후로 난 그대의 작은 행성이 될 터

그대는 가끔이라도, 먼 옛날

함께 황어(鰉魚)의 전설을 이야기하던

송화강 가에 앉아서, 물에 비친

물에 어린 밤하늘을 보아주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