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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와 시문답(詩問答)

검하객 2023. 2. 25. 11:42

  공자가 아들 '리(鯉)'에게 말했다. "시를 배우지 않으면, 제대로 말할 수 없다. 不學詩, 無以言." 여기서 '말' 앞에는, "효과적인", "정확한", "마음을 울리는" 등의 수식어가 생략되어 있다. 생략된 수식어 중에는 "국익을 위한" 또는 "나라의 자존심을 살리는" 등도 포함된다.  시는 외교의 주요 수단이었다. 을지문덕이 수나라 장수 우중문에게 보낸 시도, 목은 이색이 원나라의 구양현과 주고받았다는  시구도 여기 포함된다.  조선후기 야담에는 휴정과 도쿠가와가 주고받았다는 시가 전하는데, 이 시가 어떤 문헌에는 조금 내용이 바뀌어 성삼문과 명나라 문인이 주고받은 것으로 나온다.   

 

  돌메에 풀이 나기 어렵고        石山難生草

  방에선 연기 일기 어렵거니     房中難起雲

  너는 어느 뫼 새이기에            汝爾何山鳥

  봉황의 무리에 섞여 있는가     來參鳳凰群 (도쿠)

 

  나는 본디 청산 학으로             我本靑山鶴

  오색 구름에서만 노닐었는데   常遊五色雲

  하루 아침 운무가 걷혀             一朝雲霧盡

  들 닭 무리에 잘못 떨어졌노라 誤落野鷄群 (휴)

 

  돌메에 풀이 나기 어렵고         石山難生草

  방에선 구름 아니 보인다         房中不見雲

  너는 본디 어느 뫼 새이기에    汝本何山鳥

  감히 봉황 무리에 들어왔느냐  敢入鳳凰群 (명)

 

  나는 본디 하늘의 새로            我本天上鳥

  오색구름에서만 노닐었는데   恒遊五彩雲

  광풍에 홀연 깃이 떨어져        狂風忽落羽

  까마귀 무리에 잘못 들었노라  誤入老鴉群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