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니 때면 늘 학생들로 붐비기에, 가급 10~11시, 14~15시에 찾는다. 여러 식당이 있지만 열에 아홉은 이 집을 찾고, 이 집에서도 열에 아홉은 이 메뉴를 주문한다. 비빔밥을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간 안 한 싱싱한 야채가 많이 들어가 맛이 깔끔하고 먹은 뒤 속이 편하기 때문이다. 재료와 그 구성 만큼이나, 그 맛을 결정하는 요소는 '비빔'이다. 고추장이 밥에 골고루 잘 스며야 하고, 야채와 밥, 야채끼리 뭉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다소 마음을 모아 비비는 행위는, 글씨를 쓰기 전 먹을 갈고, 마시기 전 차를 우리거나 커피를 내리고, 축구선수가 휘슬이 울리기 전 하늘을 우러르고 잔디에 입을 맞추며 기를 모으는 것과 같은, 도심(道心)이 작동하는 시간이다. 풍경과의 조화는 도심을 발현하는 수행의 완성이다. 밥을 비비며 주위를 둘러본다. 연신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학생, 기대감에 가득한 표정으로 김 나는 음식을 식탁으로 가져가는 학생, 먹기는 뒷전이고 앞 친구와 대화를 나누는 학생, 메뉴판을 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는 학생들이 보인다. 간혹 "교수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 ~" 옆자리 학생들이 주고받는 대화가 들리기도 한다. 살짝 웃음기를 띄운다. 이런 표정이 이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해줄 거라고 믿어본다. 아, 이런 생각을, 이미 난 진작 나를 어색해하고 있다는 표징이다. 애써 이런 생각을 지우며 밥을 최대한 여유로운 몸짓으로 밥을 비빈다. 그럴수록 숟가락질은 조급해지고, 뭉친 밥과 나물은 서로를 힘주어 안고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얘들 사이에도 음양의 인력이 작동하나보다! 이럴 때 조급해하면 수행과 미학은 다 물거품이 되고, 물질을 창자에 넣는 물리적인 행위만 남게 된다. 법구를 젓가락을 바꾸고, 마음을 담아 떨어지지 않으려는 녀석들을 떼어놓는다. 마음이 아련하다. 약간 젖은 미소가 잔물결처럼 얼굴에 이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