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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강(曲江) 회안루(回雁樓)

검하객 2023. 6. 13. 07:03

  한 학기 김시습의 "유관동록"을 읽었다. 다 읽지 못하고, 대관령을 넘는 데서 학기가 끝났다. 시를 읽으니 시를 지어야지, 학기 중간 수강생들에게 이 수업에 대한 시를 한 수씩 지으라고 했다. 과제를 냈으니 과제를 낸 사람도 과제를 해야지, 나도 한 수 지었다.제목은 두보의 시와 김용의 소설에서, 주기의 글귀는 열하일기에서, 주련은 杜康 설화에서, 배경 그림은 '集異記' (薛用弱) - 시인의 삶이 시로 그려지던 詩節  - 에서 가져왔다. 수강생들에게 雨 자 돌림 별호를 하나씩 지으라고 했다. 하여 여러 雨가 등장한다. 또한 한때의 기억이 될 수 있기에 올려둔다. 

 

曲江 回雁樓

 

여기는 곡강(曲江), 강가엔 줄지은 수양버들, 수양버들 다하는 곳에 2층 회안루(回雁樓), 회안루 문에 푸른색 주기(酒旗), 주기엔 나그네의 발길 잡는 무언의 유혹 - 聞名應駐馬, 尋香且停車, 글씨는 야인체(野人體). 주기를 지나면 배부른 열 개의 술독, 술독 옆엔 취해 잠든 나귀 세 마리, 나귀를 지나면 문이 나오고, 문 양쪽 기둥엔 한 쌍의 주련(柱聯) - 猛虎一杯山中醉, 蛟龍兩盞海底眠. 주련 사이로 들어가면 수염을 손으로 꼬며 천장을 보는 주인, 주인은 말없이 2층을 가리키며 혼잣말한다, “꽃이 다 지니 몇 잔 술로 입술 적시네!” 2층엔 원형 식탁, 식탁 위엔 이화춘(梨花春) 세 병, 술병 옆에 잔은 열세 개, 한 잔 한 잔 다시 또 한 잔, 창자에 흐르는 주천(酒川), 대주당가(對酒當歌)라 노래가 절로 흘러나온다. 노래는 보허사(步虛詞), 보허사 가락에 청우(聽雨)와 윤우(潤雨)는 비파를 타고, 화우(花雨)와 야우(夜雨)는 호금(胡琴)을 켜고, 창우(窓雨)와 호우(狐雨)는 피리를 불고, 진우(陣雨)와 희우(曦雨)와 급시우(及時雨)는 나비가 되어 춤을 춘다. 청년 승려 산우(山雨)는 취선(醉禪)에 들어 염주를 돌리고, 신우(鑫雨)1층 구석 탁자의 시인들을 모시고 온다. 시인은 왕창령(王昌齡)과 고적(高適)과 왕환지(王渙之), 시인들의 물음에 숨기는 대답, 우리는 이원(梨園)의 악공(樂工), 나는 독우(毒雨), 지금은 영산홍(映山紅) 꽃잎에 산이 어리는 시절, 여기는 곡강 회안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