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성원 능력의 총량을 다 쓰는 정치가 있고, 그중 극히 일부만을 쓰는 정치가 있다.
어떤 정치가 성공할까, 당연히 전자이다.
조선의 정치는 빼기와 내치기로 일관했다.
전 사회구성원 중 여성을 버렸고, 남성 중 평민을 버렸고, 서얼을 버렸으며, 같은 당파가 아닌 이들을 버렸다.
뿐만 아니라 서북을 버렸고, 제주도 버렸으며, 외부인들도 버렸다.
여기에 자기의 역사와 경험을 버렸고, 과학과 기술도 버렸다.
구성원 총력의 10/1도 다 쓰지 않았으니, 끝내 나라가 망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결과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그 여파로 분단과 전쟁을 겪었으며, 여전히 분단 상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 분단을 이용하여 권력을 유지해온 세력이 그대로 있다.
그들은 계속 이전의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들의 방식은 빼기와 내치기다.
남과 북에서 북을 버리고, 나머지 남에서도 서를 내쳤으며, 주변 국가들 중에서는 일부 국가를 적대시한다.
그리고 자본가과 재벌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를 뒷전에 둔다.
이를 위해 자본가와 권력기관과 종교단체와 언론이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한다.
이들은 각성된 시민, 계몽된 민중을 원하지 않는다.
성찰과 비판, 대화와 토론을 싫어한다.
시민을 신민으로 삼으려 하며, 국민을 우민으로 만들려고 한다.
단순하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려면 구성원 능력의 총량을 유익하게 써야 한다.
북을 버려선 안 되고, 서를 버려도 안 되며, 여성과 노동자와 이주민의 능력도 다 쓸 수 있어야 한다.
재외 동포도, 나아가서는 외국인들의 능력도 쓸 수 있으면 품어야 한다.
대목수에겐 버려지는 나무가 없고, 양장(良將)에겐 쓸모없는 병사가 없다.
가진 걸 다 더하고, 밖에 있는 것도 품어 내 것으로 만들어도 좋은 사회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런 거 저런 거 다 뺀다는 건, 사회 또는 나라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국민과 국가와 약자를 운운하니 참 가소롭다.
빼고 내치는 건 다 망해도 일부만 살면 된다는 것이다.
다 더하고 품어야 괜찮은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