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살짝 등을 돌리고
초가을 미풍이 눈짓을 하는
이른 아침에
인문대와 사회대 사이
등받이 나무 의자에 앉았다
오른 옆 내가 사랑한
그네 모양 나무 의자
있던 자리는
虛의 무궁한 작용을
몸으로,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잠자리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매미들도 선계로 떠나고 없다
거룩한 소실
차이가 의미를 낳고
관점이 대상을 만든다고 한
옛 친구 소쉬르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회대를 한 번 보고
다시 새삼스레 인문대를 보았다
여기는 사회대와 인문대 사이
10리 오솔길
등받이 나무 의자
월계화 두어 송이가
가을을 부르는 곳
사유의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