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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의 둥지

검하객 2024. 9. 19. 11:21

 

폭염이 살짝 등을 돌리고

초가을 미풍이 눈짓을 하는

이른 아침에

인문대와 사회대 사이

등받이 나무 의자에 앉았다

오른 옆 내가 사랑한

그네 모양 나무 의자

있던 자리는

의 무궁한 작용을

몸으로,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잠자리는 어느새 보이지 않고

매미들도 선계로 떠나고 없다

거룩한 소실

차이가 의미를 낳고

관점이 대상을 만든다고 한

옛 친구 소쉬르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회대를 한 번 보고

다시 새삼스레 인문대를 보았다

여기는 사회대와 인문대 사이

10리 오솔길

등받이 나무 의자

월계화 두어 송이가

가을을 부르는 곳

사유의 둥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