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불법 계엄령 선포로 나라를 대혼란에 빠트린 윤석열의 호칭이 달라지고 있다.
아마 최소한 전두환 때까지는 대통령 다음에 각하(閣下)라는 호칭을 덧붙였다.
이름의 위상을 더 높인다는 뜻이다.
각(閣)이나 합(閤)은 궁궐이나 관부의 건물을 뜻하고 거기 下를 붙인 건, 그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이란 말이다.
관료의 위상이 절대적이던 시절, 이처럼 건축물로 사람의 존귀함을 표현하곤 했다.
폐하(陛下), 전하(殿下)도 같은 사례이다.
그런데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각하' 호칭을 붙인 건 근대 일본 군국주의의 산물이다.
한국은 해방 이후 부지불각 중 일제식 호칭을 대통령에 붙여 사용했던 것이다.
이런 호칭은 권위주의 독재 시대가 끝나면서 사라졌다.
그 이후 대통령에 대한 호칭은 이름 뒤에 '대통령' 석 자를 붙이는 것으로 통일되었다.
*** 대통령, ### 대통령, 이런 식이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 뒤에 '님' 자를 붙여 사용하기도 해왔다.
'님'은 '이마'와 어원이 같은 단어로, 또한 높은 분을 지칭한다.
(후대에 와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가리키기도 한다)
며칠 사이에 '윤석열 씨' 호칭이 부쩍 늘었다.
성(姓)과 씨(氏)의 차이를 따지려면 먼 옛날까지 올라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자기 집안의 겸칭으로 '가(哥)' 자도 많이 사용되었다.
기원에 있어 '씨'는 같은 성 혈족의 분파로, 분봉 받은 지역이나 관직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기원과 달리 한국에서 '씨(氏)'는 보통 이름 뒤에 붙여 사용했다.
이는 원래 존경의 의미를 담은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평칭 또는 비칭으로 바뀌었다.
김씨, 박씨, 이씨, 이런 호칭에는 무언가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담겨 있다.
그래서 노인 세대의 표현 - 안중근 씨, 한용운 씨, 신채호 씨 - 이 의아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지금 윤석열에 붙는 씨는 다분히 비칭이다.
하지만 이 '씨'를 여전히 존칭으로 사용하는 세대가 남아있다.
(가(哥)의 의미도 논란의 소지가 많지만, 생략.)
그렇다면 이제 윤석열을 뭐라 부르는 게 좋을까?
이름 석 자 '윤석열'이 제일 적당하다.
시간이 지나면, 그 앞에 다른 수식어가 붙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