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령(老爺嶺)
조선말로 할배령
북쪽 자락
화수(樺樹)로
노묘(老廟)로
춘양(春陽)으로
동경성(東京城)으로
그리고 목릉(穆棱)으로
이어지는 길들이 골짝에 숨은
물고기 뱃속
그 시절
추운 계절
고향을 떠난
조선 사람들
잠깐 모여 살면서
밭갈고
나무하고
함께 노래하다가
죽은 이들을 묻고
다시 떠난 곳
흔적은 다 덮히고
몇 점 웃음과
몇 가닥 노래소리와
돌아보며
또 돌아보며
떨군 눈물이
화석이 되어
100년 전 까마득한
중생대를 증언하고
호금(胡琴)의 시위가 되고
달호산(撻虎山) 동굴의
피리가 되어
겨울바람에
가만이
나즈막히
들릴락말락
어떤 음악을
들려주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