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To the Lighthouse (1927) 읽기 1, 창작 경위 (박희진 옮김, 『등대로』, 솔, 2007)

검하객 2025. 4. 22. 17:19

 해설에 따르면 울프는 1925년 5월 14일 아래 일기를 남겼다고 한다. 

 

 이 소설은 비교적 짤막하게 될 것이다. 나는 이 소설에서 아버지를 완벽하게 묘사하고자 한다. 그리고 어머니, 세인트 아이브즈(St. Ives) 그리고 나의 유년 시절을 그려 넣을 것이다. 그러고는 내가 늘 작품에 담아내고자 하는 것들, 즉 삶, 죽음 등을 다룰 것이다. 그러나 작품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배를 타고 앉아 죽어가는 고등어를 짓이기며 우리는 모두 외롭게 죽어간다라고 읊조리고 있는 아버지다

 

 울프는 1925, 6년에 이 소설을 지었다. 텍스트 안에서 헤브러디즈로 다시 돌아온 릴리의 나이가 44살이다. 울프가 이 소설을 쓸 때의 나이다.

 

  허마이오니 리, 정명희 옮김, 버지니아 울프 1, 책세상, 2001, 2장 집들에 따르면, 이 소설은 울프의 경험을 배경으로 한다. 

 

  아버지가 죽은 다음 해인 1905, 네 명의 스티븐 가 아이들은 모두 20대였는데, 세인트 아이브스 밖의 카비스 만에 집을 빌렸다. 그들은 10년 전 어머니가 죽기 전 여름 이후 콘월에 간 적이 없다. 런던에서부터 긴 기차 여행 뒤 도착한 밤, 그들은 카비스 만에서 톨랜드 하우스까지 2, 3마일 정도를 걸어 산 위로 올라갔다. 그들은 1882년부터 1894년까지 그곳에서 여름을 보냈다. 다음은 일기장의 앞장에 쓴 내용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해질 무렵이었다. 그래서 우리와 현실 사이에는 얇은 막이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어느 날 하루 종일 나가 있다가 간선 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 것일 뿐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우리가 톨랜드 하우스 대문 앞에 이르렀을 때, 문을 밀어 열고 들어가면 다시 친근한 광경들 속에서 자신들을 발견하리라. 어둠 속에서 우리는 권리 이상으로 우리의 상상을 만족시켜보려고 대답해졌다. 우리는 대문을 지나 살금살금, 하지만 정확하게 걸으며 마차 길을 따라 더듬어갔다. 약간 가파른 울퉁불퉁한 계단을 올라가 에스칼로니아 울타리에 있는 나무토막을 통해서 들여다보았다. 창문 두 군데에 불이 켜진 집이 있었다. 테라스에는 줄줄이 엮인 키 큰 꽃들을 배경으로 돌 항아리가 있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것만으로 마치 우리가 그저 아침에 떠난 것 같았다. 그러나 잘 알다시피, 우리는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우리가 더 나아가면 마법은 깨지리라. 불빛은 우리의 불빛이 아니었고, 목소리는 이방인들의 목소리였다. 울타리 그늘에 유령들처럼 우리는 매료되어 있고, 발소리에 우리는 돌아섰다.

 

  이 방문은 등대로의 감정과 플롯의 바탕이 되었다. 이미 23년 전에 기록된 일기에서 소설은 시작되고 있다. 잃어버린 집과 정원, 잃어버린 부모가 그 이야기일 것이다. 등대로에서, 화가인 릴리 브리스코는 램지 부인이 죽은 지 10년 뒤에 집으로 돌아와 그녀의 그림을 통해 과거로 돌아가려 애쓴다.

  버지니아 울프의 상상력과 독자들의 마음속에서, 톨랜드 하우스는 콘월 바닷가 가까이에 있는 단순히 크고 네모난 건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그녀에게 전 생애에 걸쳐 행복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는 유일한 곳이었다. 그녀에게 행복은 언제나 그 집에서의 어린아이 적 기억에 견주어 측정되었다. 그 추억을 묘사하기 위해 그녀가 사용한 이미지들은 즐거움과 위안을 주었으며, 충만함, 리듬, 그리고 빛으로 가득했다.

  『등대로는 톨랜드 하우스에서 지낸 어린 시절과 그것의 상실에 관한 소설이다. 그 소설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그러나 그것이 이 이야기를 다룬 최초 또는 최후의 변형은 아니다. 그 소설보다 몇 년 앞서 제이콥의 방(1922)의 한 장에서 그녀는 후기 인상파풍의 환상적인 그림으로 톨랜드 하우스에서의 삶을 생생하고 빠르게 스케치했다. 똑같은 기억이 파도(1931)에서 다시 부상한다. 어린 시절에 대한 이런 모든 허구적인 변형인 제이콥의 방, 등대로, 파도에서 그녀는 자신의 가장 깊숙한 기억을 확실하게 위장하거나 바꾸어놓았다. 등대로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과 기억하는 행위는 겹쳐진다. 램지 가의 집과 정원의 그림을 다시 고치는 릴리 브리스코처럼, 버지니아 울프는 세인트 아이브스에 대한 자신의 관찰들을 평생 구성하고 고쳤다.

 

 울프의 경험 장소는 세인트 아이브스인데, 소설의 배경은 헤브러디즈(Hebrides)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