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사람의 마음 사이를 무시로 오가는데, 들어갔던 곳으로 나오지 않는다. 현재와 기억 사이를 오간다. 갑자기 떠오른 기억으로 들어가는데, 들어갈 때나 나올 때나 어떤 표지가 없다. 현실과 책 내용 사이를 걸림 없이 오간다. 이들 사이에는 형식으로나 내용으로 단절의 표지가 없다. 아래는 1장의 8절과 9절의 개요이다.
1장 7절
하지만 그의 아들은 그를 미워했다. 그는 아버지가 그들에게 다가와서 걸음을 멈추고 그들을 내려다보았기 때문에 미워했다. 그는 아버지가 그들을 방해했기 때문에 미워했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제스처가 의기양양해하는 것익 비장한 것이어서 미워했다. 아버지가 머리가 좋아서 미워했고, 아버지의 강제성과 이기주의를 미워했다. … (71쪽) 아버지가 걸음을 멈추는 즉시 어머니가 흔들리는 것을 제임스는 알아차리고 화가 났다. [제임스의 내면] / 하지만 아니다. 아무것도 램지 씨를 그냥 지나가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는 동정을 요구하면서 [램지의 내면] 거기에 서 있었다. (72쪽) [목전의 광경]
이 맛 좋은 비옥함, 삶의 샘과 물보라 속으로 남성의 치명적인 불모성이 비생산적이고 헐벗은 놋쇠의 부리와도 같이 돌진해 들어갔다. 램지 씨는 동정을 요구했다. 자기는 낙오자라고 말했다. 부인은 뜨개질 바늘을 번쩍였다. 램지 씨는 그녀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자기는 낙오자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녀는 그에게 다음과 같이 대꾸했다. “찰스 탠슬리 …” [행위] 그러나 그는 그 이상의 어떤 것을 받아야만 했다. 그는 동정을 원했고, 그의 천재성에 대한 확신을 원했으며, 삶의 한가운데로 인도되어 온기를 느끼고 위안받기를 원했으며, 감각을 되찾아 그의 불모성이 비옥해지고, 집안의 모든 방이 삶의 훈기로 꽉 차기를 원했다. (72, 3쪽) [램지의 마음]
그녀의 양 무릎 사이에 대단히 뻣뻣하게 서서 제임스는 그녀의 모든 힘이 솟아올라와 동정을 요구하며 되풀이해서 사정없이 내리치는 남성의 척박한 원월도, 놋쇠 부리에 의하여 마셔져서 꺼지고 있다고 느꼈다. (73쪽) [제임스의 마음]
그는 자기가 낙오자라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그러면 바라보세요, 그러면 만져보세요. 뜨개질 바늘을 번쩍이며, 주위를 흘끗 바라보고, 창밖을 내다보고, 방안을 들여다보고, 제임스를 쳐다보면서 그녀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즉 집안은 충만하고, 정원에는 꽃들이 피고 있다고, 추호의 의심도 없이 그에게 확신시켰다. [부인의 마음] … 이와 같이 에워싸고 보호하는 그녀의 능력을 뽐내느라고 막상 그녀에게는 자신을 인지할 수 있는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자신의 모든 것이 낭비되고 소모되었다. [부인의 상태] 그리고 그녀의 양 무릎 사이에 뻣뻣하게 서 있는 제임스는 그녀가 잎이 무성하고 가지들이 춤을 추는 장밋빛 꽃이 핀 과일나무 안에서 勃起하는 것을 느꼈다. [제임스의 마음] 그 속으로 놋쇠 부리, 즉 아버지의 척박한 언월도가 동정을 요구하며 돌진해 들어갔다. (74쪽)
그는 애들이 크리켓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구경하겠노라고 했다. 그는 떠났다. (75쪽) [램지의 행위]
즉시 부인은 몸을 다잡는 것처럼 보였다. 꽃잎을 하나씩 닫고서는 꽃 전체가 지쳐서 떨어졌다. 그리하여 그녀는 손가락만을 움직일 정도의 힘밖에는 없어서 지친 동작으로 정교하게 그림 동화책을 손가락으로 짚으로 읽어나갔다. 그러고 있는 동안에 마치 샘물의 고둥이 울컥거리고 있다가 물이 가득 차면 얼마 후에 그 고동이 조용하게 가라앉듯이 성공적인 창조의 환희가 부인의 전신에 고동쳤다. (75쪽) [램지 부인의 내면]
동화로 다시 돌아왔을 때 부인은 신체적으로 기진맥진한 상태였을 뿐 아니라 기원이 약간 다른 약간 기분 나쁜 감정이 신체적 피로에 가미되어 있었다. … 그녀는 단 일 초도 자신이 남편보다 낫다고 느끼고 싶지 않았다. … 그러나 그녀를 불편하게 만든 것은 그들의 관계였고, 그가 공공연하게 이런 식으로(의구심)으로 다가온 사실이었다. 그가 세상에 기여한 것에 비한다면 그녀는 보잘것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만 하는데도 그가 그녀에게 의존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지붕 수리비 50파운드를 말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남편 저서가 최상이 아니라고 의심하고 있음을 들킬까봐 겁먹고 있는 마음 등. (76, 7쪽) [램지 부인의 내면]
책장에 그림자 하나가 비쳐서 그녀는 시선을 들었다. (발을 질질 끌며 지나가고 있는 어거스터스 카마이클) [목전의 광경] 인간관계의 불완전성을 상기하는 것이 괴로운 이 순간, 가장 완벽한 관계도 결함이 있으며, 남편을 사랑하면서 사실을 사실로 파악할 수 있는 본능을 지니고 사실 쪽으로 몸을 돌리고 있다는 시험을 견디지 못한다는 사실 등에 비참하고 초조해할 때 [램지 부인의 내면] 그가 지나가고 있었다. [카마이클의 행위] 그러면서도 그녀는 내면의 어떤 악마의 농간으로 다음과 같이 외치지 않을 수 없었다. [부인의 마음] “카마이클 씨 들어가시는 건가요?” (77쪽)
1장 8절
(카마이클의 내력, 램지 부인의 그에 대한 친절) 그녀 자신의 아름다움이 이따금 그렇듯이 그녀의 의식에 떠올랐기 때문에, 그녀는 힘 안 들이고 사람들이 그녀를 좋아하게 만들었다. (79) … 그녀는 분위기에서 아름다움의 횃불을 반사하고 있었다. 이 사실은 그녀 자신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그녀는 계속 찬미의 대상이었다. 또한 그녀는 쭉 사랑을 받아왔다. 그녀는 喪을 당한 집들을 방문해왔다. 그녀가 있는 곳에서 사람들은 늘 눈물을 흘렸다. … 자기 쪽에도 잘못이 있는 것 같은 왠지 떳떳지 못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신경을 쓰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이었다. 그녀가 남편에 대하여 불만을 품고 있는데 … 카마이클 씨가 … 그녀를 믿어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신경 쓰인 부분이었던 것이다. 또한 베풀려는, 그리고 남을 도우려는 그녀의 욕망이 결국 따지고 보면 허영이라는 것도 신경 쓰였다. … 은밀히 그녀가 원하는 것은 이것(찬미)이 아니었을까? (카마이클 씨의 무심한 태도에) 그녀는 본능적으로, 밀쳐진 기분 정도가 아니라 자신의 왜소함을, 또 인간관계들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경멸스럽고, 고작 자기 위주인가를 상기했다. (80, 1쪽) [램지 부인의 내면]
“그 남편의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졌어요.” 그녀는 소리를 내서 읽었다. “그래서 그만 가려고 하지 않았답니다. 혼잣말로 ‘이것은 옳지 않은데’라고 했지만 그는 결국 갔습니다. 그가 바다에 당도했을 때 바닷물은 짙은 보라색 그리고 검푸른 회색이었으며, 물결은 거세었고, 더 이상 그렇게 아름다운 초록색과 노란색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잔잔하기는 했어요. 그는 거기 서서 말했지요 -”(82쪽) [책의 내용]
램지 부인은 남편이 바로 그 순간 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The Fishman and His Wife」의 내용] / 그는 왜 그가 말한 대로 애들이 크리켓 게임 하는 것을 구경하러 가지 않았단 말인가? [램지 부인의 생각] / 그러나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는 바라보기만 하고 고개를 끄덕이고 가던 길을 계속 갔다. [램지의 행위] … 이 모든 것을 바라보면서 그의 생각은 매년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찾는 미국인들의 수효에 관한 『타임스』 지의 기사가 암시하는 추리로 자연히 옮겨졌다. 만약에 셰익스피어가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세상이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까, 하고 생각해보았다. 문명의 발전이 위인들에게 달려 있는 것인가? 고대 이집트 시대보다 현재의 평범한 인간의 운명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는가? 하지만 평범한 인간의 운명이 우리가 문명의 척도라고 판단하는 범주에 드는가, 그는 자문했다. 어쩌면 최고의 善은 노예계급을 필요로 할는지도 모른다. 지하철의 엘리베이터 운전원은 영원히 필요한 존재인 것이다. 이 생각은 그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이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그는 예술의 우위를 배격할 방도를 찾고 싶었다. 그는 이 세상은 평범한 인간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예술이란 단순히 인간의 생활에 얹힌 장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인간의 생활에는 셰익스피어도 필요하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그는 셰익스피어를 비방하고 싶었고, 영원히 엘리베이터 문간에 서 있는 운전원을 구제하고 싶어서 울타리에서 나무 잎새 하나를 세차게 뜯어냈다. 그는 다음 달 카디프의 청년 노동자들에게 강연을 할 때 이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83쪽) [램지의 내면]
… 그는 초원의 가장자리에 당도해서 그 밑에 있는 만을 내려다보았다. [램지의 행위, 광경]
그가 이와 같이 바다가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육지의 좁고 뾰죽한 모래톱 위에 나와 서는 것은, 황량한 바다새처럼 거기에 서 있는 것은, 그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간에 그의 운명이었고 그의 개성이었다. … 명성뿐만 아니라 그 자신의 이름까지도 잊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그는 그 황량함 속에서조차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환상이나 환영에 빠져들지 않았다. 그가 윌리엄 뱅크스에게 (간간히) 그리고 찰스 탠슬리에게 (비굴하게) 그리고 지금 아내에게 심오하게 존경과 연민과 감사의 마음을 주입시킨 것은 바로 이러한 모습 때문이었다. [뱅크스, 탠슬리, 램지 부인의 마음] / 아내는 시선을 들어 잔디밭 가장자리에 서 있는 그를 바라다보면서 위에 진술한 바와 같이 느낀 것이었다. [램지 부인의 마음] 그것은 바치 해협 바닥에 박아놓은 말뚝 위에 갈매기들이 앉아 있고 그 주변에 파도가 부서지는 것을 보고, 배에 가득 승선한 흥겨운 선객들 마음속에 그 말뚝이 물 한복판에 외롭게 서서 수로를 표시하는 소임을 다하고 있음에 대해 감사하는 기분을 불러일으키는 것과도 흡사했다. (85, 6쪽)
“하지만 여덟 아이의 아버지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지.” … 시선을 들어 막내아들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주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애써 찾으며, 파이프에 담배를 채워넣었다. [광경, 발언과 행위] … 그는 바로 지금 그의 앞에 놓여있는 엄숙한 주제에 비한다면 한없이 보잘것없는 일들에서 위안을 느끼고서는, 마치 이 비참한 세상에서 행복에 붙들려 있는 일은 진지한 인간에게는 가장 멸시할 만한 죄악이기나 한 것처럼 그 위안을 어물쩍 넘겨버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위안을 비난하고 싶은 심정이 되었던 것이다. (86쪽) [램지 씨의 내면] … 이것은 하나의 위장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기를 두려워하는 자의 도피였던 것이다. (87쪽) / 이리하여 왜 이와 같이 숨겨야 하는지 그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 윌리엄 뱅크스와 릴리 브리스코우에게는 그가 약간 불쌍하게 보이기도 하고 기분 나쁘게 여겨지기도 했다. 또한 왜 그는 항상 칭찬만 들으려고 하는 건지, 사고의 측면에서는 그토록 과감한 그가 실제 생활에서는 왜 그다지도 소극적인지, 왜 그는 이상하게도 존경스러우면서 동시에 비난받아 마땅한 인물인지가 뱅크스와 브리스코우에게는 영원한 수수께끼였다. (87쪽) [뱅크스와 브리스코우의 내면]
인간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일은 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릴리는 생각했다. [릴리의 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