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영화를 보았다. "이클립스" 번역하기가 어려운 단어다. 이대 안에 새로 생긴 그 영화관. 모두 4명이 관람했다. 이 극장의 최대 미덕이자 장점이다. 극장 안은 캄캄하다. 갑자기 대형 스크린이 켜진다. 거기 아일랜드 코브(Covh)시의 전경이 펼쳐진다. 그리고 음악이 깔린다. 환상이고 꿈이다. 영화의 예술적 수준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나는 코브시 전경을 마주하기도 하고, 중세의 사원을 거닐기도 하고, 소설 낭독회에 참여하기도 하며, 허세 덩어리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술을 마시기도 한다. 이 자체로 황홀하다. 나는 한바탕 아름다운 꿈을 꾼 것이다.
코브시는 아일랜드 남부 바다가에 있다. Cork란 도시에서 동남쪽으로 20km쯤 떨어져 있다. 아내가 죽었지만 그녀를 떠나보내지 못하며 혼자 괴로워하는 남자 주인공 역은 시아란 힌즈(61세)가 맡았고, 이 도시의 문학 축제에 초대받아 온 여성 작가 역은 이븐 야일리(43세)가 맡았다. 힌즈는 멋졌고, 야일리는 매력적이었다. 죽은 지 2년이 지나도록 아내는 꿈에 나타나지 않았다. 나타나면 떠나보내고 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이 아내의 현몽을 방해한 것이다. 이 죄의식과 자책감은 매우 이상한 형태의 유령으로 종종 출현한다. 이는 리나 모렐을 만나며 더 심해진다. 그녀에게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아내는 꿈에 나타난 뒤 떠나가고, 마이클은 미안함과 슬픔에 젖어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마이클이 바닷가에서 모렐에게 위험한 곳에 가지 말라며 달리다가 웅덩이에 빠지는 장면이 있다. 둘 사이가 돌연 가까워진 순간이다. 이 순간 마이클은 잠깐 화면에서 사라진다. 이 장면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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