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드러내려는 몸짓

검하객 2013. 10. 31. 16:56

  부석사 무량수전의 다포를 보다가 석등에 부조된 보살상을 보았다. 700년 전 목수는 나무를 깎았고, 석공은 돌을 파내 보살을 모셨다. 대패질 소리가 고왔고, 정 소리는 은은했다. 가끔 구름이 지나고 새들이 지저귀었다. (석수와 목공)

 

  느티나무 아래 서면 가슴이 뭉클하다. 바닥에는 낙엽이 자욱하고, 나무에도 아직도 풀기 잃은 잎들이 바삭거린다. 옆에 나란히 서보는데 잎 하나가 그네를 타며 내려간다. 잎이 땅에 닿는 소리가 갈빛이다. (느티나무)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키가 큰 여학생 하나가 얼굴을 슬며시 들이민다. 蘇州 사는 왕시아오치앤이다. 고향에 가 취직했는데, 잠깐 일보러 왔단다. 가방이 열리더니 白酒 한 병이 튀어나와 무릎을 꿇고 목을 내민다. 흰 눈으로 뒤덮인 벌판이다.  (雪原)   

 

  落穗와 餘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