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巳時, 오전 10,11시 즈음) 태백성이 미지(未地, 7시 방향, 안양이나 안산 방면)에 나타났다. 오시(午時)에 영두성(營頭星, 운석)이 천중(天中)에서 나와 간방(艮方, 동북쪽 남양주 방향)을 향하였다. 크기는 항아리만하였고 빠르게 지나갔는데 마치 횃불과 같고, 요란한 소리가 났으며 크기는 가히 3, 4자 정도이고 황백색이었다. 밤 5경에 유성이 벽성(壁星)의 자리에서 나와 건방(乾方, 서북쪽, 고양 방면)의 하늘 끝으로 들어갔는데, 모양은 주발과 같았고 꼬리의 길이가 6, 7척 정도였으며 적색이었다.
선천군(宣川郡)에서 오시에 날이 맑게 개어 엷은 구름의 자취조차 없었는데, 동쪽 하늘 끝에서 갑자기 포를 쏘는 소리가 나서 깜짝 놀라 올려다보니, 하늘의 꼴단처럼 생긴 불덩어리가 하늘가로 떨어져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 불덩어리가 지나간 곳은 하늘의 문이 활짝 열려 폭포와 같은 형상이었다. [광해군일기, 원년(1609), 8월 25일]
도민준이 이 유성을 타고 지구에 왔다고? 허균이 도민준을 모델로 <홍길동전>을 지었다고? 푸하하하하, 좋다! 이런 상상은 우리를 즐겁게 한다. 1609년는 광해군이 즉위한 다음해이다. 허균은 이해 6월 14일 첨지중추부사에 제수되었다가, 9월 6일 형조참의로 승진하였다. 이로부터 8년 뒤인 1618년 8월 24일 저자에서 처형된다. 허균은 도민준을 언제 어디서 만났을까? 도민준이란 인물을 만들어내고, 역사 속에 집어넣어 허균과 만나게 하는 것, 이야기꾼만이 행사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능이다. 이러한 설정은 홍명희가 임꺽정을 형상화하여 이순신, 이황과 만나게 한 것과 본질적으로 똑같다. 이야기꾼들은 종종 하늘을 난다. 시간을 뒤집는다. (이에 비하면 연구자들은 땅을 벗어나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돋보기를 들고 땅바닥을 헤매는 사람들이다.) )이러한 권능을 행사한 사람에게 경의를 표한다. 참고로 1609년은 유몽인이 만력제 생일을 축하하는 성절사로 명나라에 갔던 해이다. 8월 25일이면 유몽인이 북경에 있을 때다. 도민준은 유몽인과도 만난적이 있지 않았을까. 어우야담에 그 흔적이 남아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중 3 되는 작은 녀석이 두세 달 <별에서 온 그대>에 빠져 있어, 나도 틈틈이 드라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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