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은 순수하거나 공정하지 않다. 모든 학문의 관점에는 이해관계와 득실계산과 이데올로기가 작동한다. 학문의 순수성을 내세우는 학자나, 학문은 순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주 무식하거나 비열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학문의 순수성이란 자기 연구에 개재되어 있는 관점과 입장을 인지하고 인정하는 태도이다. 나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 스승은 에드워드 사이드이다.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장’을 지낸 유영익 국사편찬위원회(국편) 위원장(78)이 취임 후 국편의 신규 연구과제로 이승만 전 대통령 연구를 본격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정치민주연합 유기홍 의원은 26일 국편에서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9월 유 위원장 취임 후 국편이 2023년까지 10년간 30책의 총서를 발간하는 <사료 한국현대사> 사업 1건을 새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5개 연구과제 중 연구비의 절반(5000만원)은 이 전 대통령의 충성파로 주일공사를 지낸 ‘유태하 보고서’에 투입되며, 연세대 이승만연구원이 수주했다. 유 의원은 “유태하 보고서는 유 위원장이 직접 제안한 과제”라고 밝혔다. 국편 확대간부회의 자료를 보면 공모 한 달 전인 지난 4월 국편은 이승만연구원 관계자를 만나 이 연구과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말만 공모 형식을 띠고 ‘찍어 내려준 과제’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올해 신규 사업에 포함된 나머지 4개 과제는 연구과제를 선정하는 편찬자문위원이 수주해 스스로 자문하고 연구과제를 받는 ‘셀프 연구 수주’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편은 <사료 한국현대사> 사업의 준비예산으로 지난해 역사 편향 논란 등을 일으켜 중단된 ‘대한민국사 편찬 사업’ 예산 480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 의원은 “취임 전부터 이 전 대통령을 세종대왕·콘스탄티누스와 비교해 편향된 시각을 보였던 유 위원장의 첫 사업이 이승만 재평가였다”며 “연구과제 지정·심사부터 최종 연구자 지정까지 총체적 문제투성이인 만큼, 신규사업 예산과 지난해 불용처리했어야 할 예산 모두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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