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정치인들의 모순어법

검하객 2014. 10. 28. 10:27

  모순 어법을 시인들이 구사하면, 사물의 새로운 면모가 드러나고 삶의 아이러니가 보이게 될 때가 많다. 반면 정치인들이 사용하게 되면 대개 진실 은폐용이거나 책임 회피용으로 급조된, 그래서 그저 앞뒤가 안맞는 비도덕적 발언일 경우가 대부분이다. 법원의 모 판사는 국정원의 선거 개입을 두고, 선거에는 개입했으나 정치 개입은 아니라는 희대의 명언을 남겼고, 며칠전 한모 국방부장관은 전시작적권은 군사 주권과는 무관하다는 새 학설을 내세웠으며, 어젠가는 국감 기간에 외국에 나갔던 김모 장관이 국제정치학을 해서 정치를 잘 모른다는, 정말 김소월급의 시구를 토해냈다. 시에 견주자면 이백과 백석 급이고, 코메디와 나란히 세우자면 어깨를 나란히 할 이가 없다. 왜 코메디언들은 사람은 웃겨도 소는 못 웃기지 않는가! 이들을 우리 과 <시창작론> 수업의 강사로 모시고 싶다. 강사들은 강의 준비 필요 없이 평소 자신의 신념과 경험만 이야기하면 되고, 학생들은 그 형식을 귀담아 들었다가 시창작에 활용하면 효과가 좋을 것이다.

 

  덕분에 오랜만에 모순어법을 새삼 공부해본다. 참 고마운 정치인들이다. 정치뿐 아니라 문학 공부까지 하게 해주니 말이다. 뒤져보니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있다.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혼자 있을 때 가장 외롭지 않다.

  지상에 천국을 만드려는 시도가 늘 지옥을 만든다.

  찬란한 슬픔의 봄.

  아아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내친김에 영어 공부도 해보자.

 

   우둔한 천재 foolish genius

예리한 바보 oxy moron

군중 속의 고독 crowded solitude

외치는 침묵 roaring silence

공공연한 비밀 open secret

창조적 파괴 creative destruction

차가운 핫도그 cold hotdog

사이좋은 이혼 friendly divorce

거지같은 부자 beggarly riches

풍요로운 빈곤 abundant poverty

자세한 요약 detaild summary

아마츄어 전문간 amateur expert

 

Thank God I'm an atheist. - Luis Bunuel(스페인 영화제작자)

   내가 무신론자임을 신께 감사드린다.

 

Painful pleasure turns to pleasing pain. - Spencer (영국 시인)

  괴로운 기쁨이 즐거운 고통이 되었다. 

The best cure for insomnia is to get a lot of sleep. - W.C. Fields(미국 희극배우)

   불면증에 가장 좋은 약은 숙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