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학교 밖 나들이였는지 모르겠다. 그래봐야 결국 거기도 학교지만. 처음 요청을 받을 때마다 망설임없이 하겠노라고 했다. 아이들을 본다는 것만으로도 설레는 일 아닌가! 헌데 한 이틀 남겨놓고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도대체 아이들하고 눈을 맞출 준비가 전혀 없었던 것.부랴부랴 하루밤 이틀 낮을 모두 아이들 만날 준비에만 썼다. 하여 오늘 동탄중앙고에 가서 2학년 1반 2반 아이들 21명 앞에서 강의 아닌 강의를 했다. 식은땀! (-_-;;) 어쨌거나 나는 성심을 다해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해 이야기했다. 물론 순간순간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한국의 교육 현실은 너무 슬프다. 나를 초대해주신 권순정 선생님, 미인이시다! (^^) 2011년엔가 강의실에서 한 학기를 함께 보낸 학생이 이 학교 선생님이 되어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신혜원 선생(교육 09)에게 뜨거운 격려를 보낸다. 21명 아이들, 오늘부로 모두 나의 잿빛 늑대 새끼들이다. 조금 더 코를 킁킁거리고, 조금 더 낄낄거리고, 조금 더 시원하게 울기를! 스쳐지나가는 바람같은 인연이지만, 서로에게 한 점 향기가 묻어 있기를! 내가 유명한 사람이었으면, 내가 더 성공한 사람이었으면 아이들이 좋아했을까? 지나고 보니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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