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느베르와 히로시마

검하객 2016. 1. 1. 20:38

 마그리트 뒤라스 각본, 알랭 레네 감독, 1960년 개봉의 <히로시마 내 사랑>, 신년벽두부터 필름이 돌아가는 소리를 들었다. 레베카는 프랑스 배우로 히로시마에 영화를 평화를 주제로 한 다국적 참여 영화 출연을 위해 왔다가,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가족을 잃은 건축가를 만난다. 레베카는 18살에 고향 느베르에 주둔한 독일군과 사랑에 빠졌는데, 그 독일군은 패주하다가 사살된다. 레베카는 그가 죽어가는 과정을 지킨다. 그녀의 아버지는 딸을 수치로 여겨 지하실에 가둔다. 한겨울을 지하실에서 보내고 나온 레베카는 어느날 집을 나와 파리로 갔는데, 그 다음날 세상은 온통 히로시마 이야기로 들끓었다. 그녀에게 고향 느베르는 끔찍한 곳으로 철저히 잊혀지고 대신 히로시마는 마치 잘 알고 있는 친숙한 도시처럼 다가온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느베르와 히로시마의 환유이며 고통스러운 기억의 저장소가 된다. 레베카는 히로시마에서의 체험을 통해 다시 아름다운 루와르강을 떠올리고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한다.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 고통에 대한 망각의 저항, 그리고 기억의 현재성과 지배성 등을 꽤나 감각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금 보면 대단하게 보이지 않지만, 주제와 영상미에 있어 당시로서는 매우 충격적인 영화였다고 한다. 무념무위 상태로, 카톡도 하고 검색도 하면서 몇 개의 그림을 이어 붙여보는데 기억이 정확한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