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東三馬路

검하객 2016. 2. 23. 22:59

 사람들이 그저 바람으로 스쳐가는, 천하에 날 알 이 하나 없는 거리에 서서, 한때 이곳을 서성였을 사람을 생각한다. 태어나면서 식민지 백성이었던 그는, 자기 목덜미를 움켜쥔 거대한 손의 주인을 보려 몸을 돌렸고, 나머지 손길이 어디까지 뻗쳤는가 보려 여행을 떠났다. 청순하여 불행했고 불행하여 거룩한 소녀를 만나러 영국 남부의 산골 블랙모어로 길을 떠났고, 러시아 돈강 어느 마을에 가서 터키인의 피가 섞인 코사크 청년의 피비린내 나는 가족사를 지켜보았다. 교사와 기자와 관리로 변신을 거듭했고, 결혼하고도 기녀와 동거를 했으며, 어떤 단체와 조직에도 몸 담기를 거부하였지. 하지만 그의 여행은 겨우 39살에 멈추었으니, 그  뒤로 45년 사지 외 그의 모든 것은 차압되었다. 깊은 바다 램프 속 마왕과 복마전 안에 갇힌 108 요괴처럼, 그의 언어는 봉인되었고 생각은 족쇄에서 묶여버렸다. 아 봉인된 인생이여, 왜곡된 세월이여, 어둠의 역사여! 여기는 바람만 불면 마차 방울소리가 들리는 북방의 어느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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