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나비 (4.4)

검하객 2016. 5. 4. 18:23

 꽃이 피려면 아직 멀었는데, 펜지 색 나비 한 마리가 나풀거리며 날고 있었다. 너무 일찍 나온 게 아니냐, 바람은 세고 밤 공기는 아직 차건만. 그때 빛의 유혹에 빠져 실눈을 뜨지 말았어야 했다. 날개의 힘을 믿지 말았어야 했다.그 손을 놓을 기회가 있었지만, 누군가 귀에 속살거렸다. 너는 날 수 있단다, 남들은 보지 못한 첫 세상을 볼 수 있을 거야, 나약한 자들이나 걸음을 떼지 못하지. 뒤늦게라도 이 허위의 놀이를 그만두었어야 했다. 이 얇은 날개로 무엇을 질 수 있으랴만,  날개의 힘을 믿기보다는 신념의 깃발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뉘 알았으리요, 그 깃발이 환영 속의 파동이었음을. 그러고도 비싼 값에 그림이 팔리기를 바랐으니, 고흐는 독한 형벌을 받아 마땅했다. 그때 다시 눈을 질끈 감아야만 했다. 겨울의 후진이 남아있는 갈색 계절에, 현실감이라곤 노란 나비가 바람에 휩쓸리며 깔깔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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