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나물시루 같은 기차 안에서 겨우 자리를 잡고 옆을 돌아보니 낯익은 얼굴이 인사를 한다. 한국어과 1학년 여학생 孫卓玉과 孟冬雪이다. 1학년들과는 만날 일이 없는데, 3주 전인가 이 친구들 반의 회식에 참여했다가 얼굴을 익힌 것이다. 치치하얼에서 온 탁옥은 넘치도록 활달하고, 盤錦 출신의 동설은 꽃잎처럼 얌전하다. 얘기 도중 손오공이 나오니 탁옥의 얼굴의 환해지며 자기 형이라고 한다. 동설에게 孟子가 너희 할아버지냐고 했더니 손을 저으며 웃는다. 태어나던 날 눈이 왔다고 冬雪이란다. 나의 중국어는 짧고, 아이들의 한국어도 그 못지 않게 짧다. 내가 노루 꼬리라면 이 아이들은 토끼꼬리라고나 할까. 얘기는 수시로 중단되었고 안타까워 마음이 달았지만, 1호 객차 안에서 우리 주위가 제일 밝고 시끄러웠다. 대화는 우리 안내를 맡아준 溫州 출신의 王新博, 대련에서 수의학을 공부하다가 연휴를 맞아 수분하 집에 다니러 온다는 3학년 남학생, 그리고 그 앞의 30대 후반 쯤 되는 여인, 나중에는 함께 여행가는 대학 1학년 남학생(후베이성 武漢과 안후이성 宿州 출신)으로까지 대화망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진달래에 대해 아는 척을 하며 끼어든 남성까지. 3주 전 회식이 끝나고 단체 사진을 내가 제안하고 또 찍어, 사진이 폰에 남아있다. 탁옥과 동설을 만나 다시 열어보았다. 이 아이들을 내가 또 언제 만날지 모르겠지만, 그날 거의 대부분과 인사를 나누었고 10여 명과는 술잔도 부딪쳤으니 그 인연이 작지 않다. 그 앞길에 평화가 있기를! 앞줄 가운데가 김성욱 교수, 그 오른쪽이 탁옥, 房 자 약간 오른쪽 아래 안경 낀 여학생이 동설. 앞줄 오른쪽 반쯤 앉은 사람은 김이영 교수, 그 옆이 팽경민 교수이다.
'목단강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山杏과 자작나무 (5.1) (0) | 2016.05.04 |
---|---|
총명하고 대담한 조선 여인의 얼굴 (5.1) (0) | 2016.05.04 |
綏芬河(suífēnhé) 여행 1, 진달래 (0) | 2016.05.04 |
春雨細不滴 夜中微有聲 (4.28) (0) | 2016.05.04 |
池塘生春草, 園柳變鳴禽 (4.26) (0) | 2016.05.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