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

검하객 2016. 8. 24. 17:53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1925)

F. 스콧 피츠제럴드(1896~1940) / 김석회 옮김, 열림원, 2013

 

갑자기 아내가 現代 에세이(G. 하스 외 / 오현일 옮김, 삼중당, 1978)이란 오래된 책을 찾았다. 대학원 시절 재밌게 읽은 책이기도 하거니와, 아내가 필요한 걸 찾는 건 이미 관습이 된 내 몫인지라, 여기저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찾는 책은 곧 나타나주었다. 그런데 몇 자리 건너서 이 책이 새카만 눈동자로 의미심장한 신호를 보냈다. 아내가 산 책으로, 1년 여 되었나, 지금 집으로 이사하기 전 내 근처에 놓여있던 건데 홀연히 다시 나타난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잡아 이끌어냈다. 마침 최근 읽고 있던 고리오 영감의 번역 상태가 안 좋아 좀처럼 마음이 붙지 않던 참이다. 아내가 현대 에세이론을 찾지 않았거나, 고리오 영감의 번역 상태가 좋았으면, 그의 눈길이 내게 닿지 않았을 것이다. 1920년대 경제 호황 시대의 미국과 30살 예술 청년이 만나 자아내는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경쾌하고 간결하지만, 어딘가 붙지 않는 이질감이 있는. 20168월 중순, 유례없는 무더위의 찜통 속에서, 집과 카페를 오가며, 졸다 깨다를 되풀이하며, 이 이야기 속을 들락거렸다. 이야기는 모두 9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서술자는 나 닉 캐러웨이이며, 서사 공간은 뉴욕 동쪽의 이스트에그(실제론 맨해셋넥)이다. 시간은 무더운 여름 6. ‘가 동부에서 겪은 일련의 사건을 회고하는 형식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개츠비는 언제 나오나, 개츠비가 왜 위대하지,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제목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는데, 액면 그대로 읽으면 순수한 개츠비의 아름다운 사랑이고, 뒤집어 읽으면 우둔한 개츠비의 어리석은 집착이다. 소설이 예술사로 대상화된, 영화라는 신흥 장르가 등장한, 자본주의의 대흥행 속에서 소설이 교환 가치를 지닌 상품으로 자리를 잡은 시기의 산물이랄까


 

뉴욕이 미국의 북동부에 있었구나.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마주보고 있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은, 영미권 소설 이론서에 한국 밥상의 김치처럼 등장하는 작가이다. 그 덕분에 이렇게라도 뉴욕을 여행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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