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단강 편지

술벗을 얻은 날 (9.3)

검하객 2016. 10. 3. 13:28

 

  먹태 한 접시, 소주 한 병, 맥주 한 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은 금요일 저녁, 마요네즈 간장 속 청양고추를 탐하는 모습을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술벗을 얻었구나!' 술벗이란 밖에서 오지 않나니, 서로 섞이면서 숙성되는 것, 툰드라 숲속에서 놀란 순록 떼가 일제히 우리를 돌아본다. 이제부턴 솔부엉이 숲에서 우는 날이면, 무릎 꿇은 낙타를 일으켜세워 모래산을 돌아 돌아 타박타박 술집을 찾아갔다가, 술이 다하고 이야기가 떨어지면 푸른 고래 타고서 별들 사이로 흥청흥청 돌아오리라.


'목단강 편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三劍樓隨筆을 읽는 시간 (9.18)  (0) 2016.10.03
蝸驢의 碑銘 (9.3)  (0) 2016.10.03
목단강 회귀 (9.1)  (0) 2016.10.03
피나무꽃  (0) 2016.07.03
  (0) 201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