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의 안개, 이 사람 임문성 2
열다섯 해 함께 여행하면서 우린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두 그루 나무, 두 개의 묏부리, 언제나 같은 그 자리. 눈빛은 어긋나고, 말길은 달리 흐른다. 기대는 비껴가고, 예상은 뛰어넘고, 시시각각 서로가 타자임을 경각한다. 깊은 동굴이 흑풍을 토해내듯 그가 중국 조선족의 상황에 울분을 터뜨리면, 나는 그 또한 역사의 물결이고 엄연한 현실이 아니냐며 눅이려 하지만, 대화는 일순 폭포수처럼 끊어진다. 단언컨대 우린 한 순간도 의기투합한 적이 없다. 아무리 독한 술도 잔과 잔 사이 천만 리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한 치의 접점도 없으면서, 우린 관습처럼 또 만났고, 昌黎의 碣石山 품에 안겼다가 薊州 翠屛山 옛길을 함께 걸었다. 영원한 타자, 쓸쓸한 동행, 심상한 이별. 우리 사이의 유일한 합치는, 합치의 불가능성에 대한 확신 뿐인데, 그럼에도 뭔지 모를 연민의 안개가 가시지 않는다면 우린 다시 만나 그 좁혀지지 않는 거리를 새삼 확인하고 관계의 무미함을 씹어 음미할 것이다.
'시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장의 懸崖撒水 (0) | 2017.10.02 |
---|---|
육사의 반려동물 (0) | 2017.09.10 |
그날 저녁의 술자리 풍경 (0) | 2017.06.29 |
풍경화 두 점 - 부생육기 단상 2 (0) | 2017.06.27 |
陳芸의 상실감과 죽음 - 浮生六記 단상 (0) | 2017.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