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여섯 달 되었나, 길냥이 한 녀석과 가까워진 지. 이 녀석은 우리 식구가 아파트 1층 현관을 들고 날 때마다 목소리만 들리면 차 아래서 기어나오곤 했다. 어떤 때는 다급한 듯 뒤에서 뛰어 달려오기도 했다. 우린 한참을 이 녀석과 놀다가 들어가곤 했는데, 녀석은 현관 문 앞에 앉아 망연히 사라지는 우리를 바라보기도 했다. 비 오는 날이 유난히 많았던 올 여름, 녀석 걱정에 깊은 밤 내려가보면 부르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 달려나왔다. 인연은 쌓여가고, 정은 깊어져, 이제 겨울이 와 날이 추워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미리 들었다. 하지만 녀석의 눈빛이 아물리 애잔해도, 겨울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아파트에서 고양이와의 동거가 과연 좋은 것인지는 자신이 없다. 그런데 어제 오늘 보니 이 녀석에게 새 친구가 생겼다. 둘이 서로를 보다듬으면서 하루종일 잠을 잔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이 녀석과 친해진 시기는, 이전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없어진 그 시점 부터였던 듯하다. 어제 오늘, 녀석은 아무리 불러도 오지 않는다. 아쉬우면서도 다행스럽고, 또 한 편 걱정도 된다. 그 우정이 오래 가기를!
걱정하지 말라는 듯한 잠에 취한 평화로운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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